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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어는 돼지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여기에 묵은김치를 더하면 '삼합'이 된다.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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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날 것은 제쳐두고 독에 넣은 뒤 푹 삭혀서 먹는 톡 쏘는 맛을 제일로 치는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다. 삭힐수록 제 맛이 나는 홍어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코끝까지 찡한 알싸한 그 맛을 아는 사람은 금값을 치르고라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어떤 때는 먹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서 못 먹는다. 또 어떤 때는 그 희소가치 때문에 너무 비싸서 먹기 부담스러운 음식이 홍어다.
홍어의 효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漁譜)〉엔 '홍어를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이 해독된다'고 나와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선 남자들의 요도염이나 학질, 치통에 많이 이용한다고 기록돼 있다. 가래를 제거하는 효과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남도의 소리꾼들은 홍어를 즐겨 먹는다.
현대과학에서도 홍어의 효능은 여러 차례 증명됐다. 성인병을 예방하는 불포화 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기능을 한다.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예방에도 홍어가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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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삭혀서 톡 쏘는 맛을 제일로 치는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다. |
ⓒ 신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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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홍어를 테마로 나주 영산포에서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감출 수 없다. 나주에서 홍어축제라? 흑산도처럼 나주에서 홍어가 많이 잡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나주가 바다를 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연결하자면 영산강이 흐를 뿐이다.
그러나 영산포와 홍어는 특별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야기는 시대를 한참 거슬러 고려시대로 올라간다. 공민왕 때다. 왜구의 침입이 극성을 부리자 조정에선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을 펼쳤다. 이때 흑산도 주민들을 영산강 하류인 영산포로 강제 이주시킨 것이다.
흑산도에서 많이 잡히던 홍어는 주민들을 따라 영산포까지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당시는 교통이 워낙 불편하던 때. 하여 흑산도에서 뱃길을 따라 영산포까지 들어오는데 닷새 정도 걸리면서 배에 싣고 오던 홍어가 발효돼 버린 것이다. 숙성시켜 먹는 홍어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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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끝까지 찡한 알싸한 홍어. 전라도 특히 전남 서남부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다.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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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산포 선창은 교역에 따른 이익이 많은 곳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조선시대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 언급된 부분이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사람들이 조선 수탈의 본거지로 이용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까지는 나주경제의 중심이 영산포였고, 영산포는 호남지역의 물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시쳇말로 당시 영산포 선창에서는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1976년 영산강하구언 건설을 위한 둑막이 공사가 시작되면서 영산포에 뱃길이 끊겼다. 더 이상 배가 들어오지 않자 물건을 사려는 중개인들의 발길도 뚝 끊겼고, 뱃사람을 상대로 한 수많은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홍어와 젓갈이 모여들면서 유명세를 떨쳤던 영산포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한번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 다시 돌리기 어렵다는 속설처럼 영산포는 20∼30년 동안 '불 꺼진 선창'이 됐다. 포구 근처에 있었던 등대만이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 서서 영산포의 영화를 증명하고 있을 뿐. 1915년에 처음 불을 밝히기 시작한 영산포등대는 내륙에 남아있는 시설물로는 존재 자체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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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황찬란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영산포등대. 내륙에 설치돼 있는 유일한 등대다.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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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산포에 불이 하나씩 다시 켜지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영산포 선창을 중심으로 홍어가게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침체의 길을 걷던 지역경기도 홍어거리를 중심으로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영산포에서 홍어축제를 하는 이유다.
나주시는 10일부터 사흘 동안 옛날 홍어와 젓갈의 집산지로 유명세를 떨쳤던 나주시 영산동과 영강동, 이창동 일대, 일명 영산포에서 'Again 1970'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홍어축제를 연다. 전라도 음식인 홍어를 보급, 쇠락한 영산포구를 되살리고 영산강 뱃길의 복원을 염원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주민들의 염원과 희망을 담은 축제인 셈이다.
홍어축제이니만큼 홍어 관련 행사가 즐비하다. 홍어에 관한 이야기와 유래, 선조들의 홍어 숙성과정 등을 볼 수 있는 홍어전시관이 운영되는 것을 비롯 홍어시장 운영, 홍어경매 등이 진행된다. 홍어 ○×퀴즈, 홍어 예쁘게 썰기 등 홍어와 관련된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홍어 팔씨름 장사 선발대회, 홍어연 만들어 날리기와 홍어 페이스페인팅, 천연염색, 짚풀공예 등 체험프로그램도 다채롭다. 국악, 스포츠댄스, 밸리댄스, 품바, 콘서트 등 여흥거리도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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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을 따라 조성된 강변 유채밭. 홍어축제는 유채꽃이 활짝 핀 강변에서 펼쳐진다.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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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펼쳐질 영산강변에선 노오란 유채꽃 물결도 만날 수 있다. 영산포를 가로지르는 영산강 둔치 30만㎡에 마치 노란 수채화 그림을 그려놓은 듯 화사한 유채꽃이 활짝 펴 강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강변을 따라 흐르는 꽃물결은 보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유혹한다.
유채꽃밭에선 손을 맞잡고 거니는 연인들은 물론 친구끼리, 가족끼리 꽃밭을 거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유채꽃밭을 편히 둘러볼 수 있도록 탐방로도 잘 정비돼 있다. 포토존도 군데군데 설치돼 있어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에 맞춤이다.
드라마 <주몽>과 〈바람의나라〉 촬영지로 쓰였던 나주영상테마파크도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드넓은 공간에 궁궐과 민가 등 100여 채가 들어서 있어 고구려시대로의 여행을 할 수 있다. 굽이도는 영산강과 나주평야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여 풍광도 빼어나다. 전라도 최대의 젓갈 생산지였던 금광굴도 이 마을에 있다.
다시면 회진리에 있는 천연염색문화관에선 쪽과 치자 등 천연염료로 천에 물을 들여 보는 천연염색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천연의 빛깔을 띤 천을 모아놓은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도 우리 문화의 향기를 선사한다. 가까운 곳에 복암리고분군도 있다.
다도면에 가면 고찰 불회사도 있다.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불회사는 백제에 불교를 전한 인도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내력 깊은 사찰이다. 산사다움을 간직한 고즈넉한 분위기와 300∼400년 된 비자나무 2300여 그루가 있어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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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을 따라 활짝 핀 유채꽃길. 강 건너 보이는 곳이 옛날 홍어와 젓갈의 집산지였던 영산포의 시가지다.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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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영상테마파크. 드라마 <주몽>과 〈바람의나라〉 촬영지로 쓰였던 이 곳은 고구려시대로의 여행을 돕는다. 재단장을 거쳐 오는 18일 다시 개장할 예정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