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만큼 그 분위기만으로 취할 수 있는 술도 드물다. 손과 발이 모두 시린 겨울날, 우리는 사케집으로 향한다. 너와 내가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따뜻한 사케 한 잔 앞에 마주 앉는 것이다. 그러니 사케는 사람의 온기로 마시는 술이 아닐까.
사케는 주로 순한 맛의 안주와 어울린다. 매콤한 안주와 함께 먹으면 사케의 맛을 잃어버릴 수 있지만, 간장 양념을 한 순한 안주는 사케의 맛을 변질시키지 않는다. 대부분 사시미를 안주로 삼을 때가 많고, 산뜻하고 상큼한 스시를 곁들일 때도 많다. 특히나 쌀만으로 맛을 낸 준마이는 스시의 단맛과 정말 잘 어울린다. 겨울이기 때문에 뜨끈한 오뎅탕이나 복어지리와 함께 마시는 이들도 많다. 오뎅이든 지리든 간장에 유자를 섞은 폰즈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상큼해 녹듯이 넘어간다. 소주보다 약하다고 사케를 우습게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추운 겨울 온몸을 녹여가며 먹는 사케는 의외로 무서운 녀석이니 조심하자. 사케를 먹고 취하면, 뜨거운 오뎅 국물에 목욕을 하고 싶어진다.
강남구청역 우리들병원 뒤편 대림 e편한 세상 정문 앞에 위치해 있다. 집 앞에 이런 집이 하나 있으면 거의 매일 들르지 않을까 싶다. 동네 술집치고는 깔끔하지만, 그렇다고 거창하게 차려입고 찾을 필요까지는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뭐든 유행이라면 달나라까지도 쫓아갈 몇몇 친구들이 열광하는 스파클링 사케인 ‘네네’가 이 집에서 파는 술이다. 인기 안주는 마구로 육회(1만8천원)와 모둠초회다. 소나무통에서 숙성되어 술에서 솔잎 향이 나는 조센 다루 사케도 인기다. 물론 남자들에게는 목 넘김이 강렬하고 드라이한 오토코야마 도쿠베츠 준마이(7만8천원)를 권한다. “사케는 소주보다 약해서…”라고 말하며 거부했던 자, 이 술 마시고 고꾸라지지나 말라. 문의 02-547-2806
“나는 이 집에서 조젠미즈노고토시긴조를 마신다. 술이 맑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급히 취하지 않는다.” 최정윤(탤런트)
사케를 좀 마신다는 마니아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곳. 음식이며 분위기며 크게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다. 추천받은 고쿠죠 쿠로마츠 겐비시(19만원)는 늙은 남자 같은 맛이다. 숙성이 잘된, 그리고 은근히 와일드한 느낌. ‘외유내강을 품은 술’이라는데 그 닉네임이 얼추 어울린다. 이 집에서 추천하는 사케는 주로 향이 고급스러운 것이 많다. 첫 맛은 부드러우나 끝 맛은 강하게 남는 것이 요즘 사케 트렌드다. 다 좋은데 이 집 역시 거나하게 취하기엔 너무나 깔끔하게 똑 떨어진다. 오뎅탕에 얼굴을 묻어버리기엔 그 오뎅탕의 모양새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나중에 누구 접대할 일 있을 때 한 번 더 찾아줘야겠다. 문의 02-3444-9044, ho2025.tistory.com
“누구를 데려가도 실패한 적이 없다. 주방장부터 조용하니, 술 마시다 체할 일은 없는 곳.” 김민하 (아비아립스)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온기가 확 스며든다. 아늑하다. 특별히 지적할 곳이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일본다우면서도 동부이촌동답다. 부호로 보이는 뚱뚱한 남자와 사근사근해 보이는 아담한 미녀가 나란히 앉아 마시고 있다. 그 풍경이 이곳 오가노 주방답다. 이 집은 정통 일식 안주보다는 퓨전 안주를 더 내세우는 편이다. 광어시소카르파초(2만5천원)는 얇게 저민 광어가 시소를 갈아 만든 소스에 적셔져 나오는 메뉴다. 사시미를 안 먹는 이들도 이 안주는 먹는 편이다. 씹는 맛과 목 넘김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사케 안주로 사시미를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면 너무 강한데, 그에 비해 이 안주는 비교적 부담이 없는 편이다. 요즘은 정종 특유의 누룩 냄새보다는 향긋한 사케를 선호한다. 이 집에서 가장 잘나가는 데와자쿠라 준마이긴조(11만원)는 뒷맛이 향긋하다. 입 안에 머금고 있으면 바나나 향이 난다. 문의 02-794-7901
“일본식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엘 가라.” 이미양(모엣 헤네시 코리아)
전문 사케 소믈리에가 사케의 선택을 돕는다. 사케 명칭도 풀이해주고, 어울리는 안주도 설명해준다. 국내에는 흔치 않은 고급 사케들을 이곳에선 맛볼 수 있다. 스시와 세이코 마보로시는 한 병에 38만원이나 한다. 최고급 사케인 만큼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또한 이곳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사케 디스펜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사케는 저장할 틈도 없이 3일이면 다 나간다고 한다. 타니가와다케(22만원)는 그 맛이 곧고 강해 시락호 스테이크(2만8천원)와 어울린다. 안주는 대체로 양이 적고, 모양이 딱 떨어진다. 조선호텔 20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망도 끝내준다. 다양한 사케를 맛볼 수 있고, 알고 사케를 마실 수 있는 곳이지만 젊은 층이 드나들기엔 약간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정신을 잃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의 02-317-0373
“황태자 성혼축하주, 황실 신년제용주 등 최고급 사케를 최고 수준의 스시와 함께 즐길 수 있다.” 김면중(<트래블엔레저> 기자)
주인과 모든 스태프가 일본 사람이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일본 말밖에 안 들린다. 여기가 일본인지 서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다만 이 집은 일본의 사케집과는 달리 다소 시끌벅적하다. 주로 근처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케 한잔에 직장인의 고뇌가 묻어 흐르는 것일 테니,
이 정도 시끄러움은 이해하도록 하자. 주인이 오사카 사람이기 때문에 안주는 간사이풍이다. 오뎅탕은 국물이 맑고 시원하다. (간사이 오뎅의 전형이라 생각하면 쉽겠다. 도쿄식은 국물이 더 뿌옇고 진하다.) 안주의 모든 재료는 거의 모두 일본에서 가져다 쓴다. 가츠오부시, 간장, 소금, 식초, 다시마 할 것 없이 일본에서 직접 들여온 것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은 음식의 ‘보이는 면’을 중시 여기기 때문에, 전분도 일본 것을 쓴다. 튀겨놓았을 때 색감이 더 좋고, 깔끔하기 때문이다. 고등어 소금구이를 시켰더니 하지가미(생강)를 예쁘게 올려 냈다. 오뎅탕의 오뎅은 서울의 그것보다 흐물거렸다. 밀가루가 덜 들어가고, 대신 생선이 더 들어간 전형적인 일본 오뎅인 것이다. 문의 02-725-3719
“정말 일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특유의 아저씨 분위기는 덤이다.” 강선옥 (blog.naver.com/lasagn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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