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엘 가건, 밥집에 가건 만원 한 장 꺼내봐야 쓸 데가 별로 없다. 슬금슬금 오른 물가에, 밥값 내면 돌아오는 건 달랑 천원짜리 몇 장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돌아보니 만원 한 장으로도 3명이서 얼마든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꽤 있으니 말이다. 외식 장소로도 괜찮고, 회식 장소로도 부담 없는 서울 시내 몇 곳을 소개한다. 맛과 서비스는 기본이다.
1.미가 제육볶음·생선구이·동그랑땡·전·배추쌈…. 10여 가지 이상의 반찬이 한 상에 펼쳐진다. 한정식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메뉴 구성인데 ‘리필’까지 된다. 값은? 단돈 3000원. 반찬은 매일 조금씩 바뀌니 하루 두 끼를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제육볶음은 유일한 고정 메뉴이자 이 집의 간판 메뉴. 매콤달콤해 함께 나온 쌈과 잘 어울린다. 직접 불판에 구워 먹으니 신선도에 믿음이 간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후문 나산스위트빌딩 지하 1층. 02-836-4849.
2.카모메 삼각형 모양의 일본식 주먹밥(오니기리) 전문점. 모두 20여 가지의 김밥을 맛볼 수 있다. 개성 강한 요즘 고객들 취향에 맞춰 선택의 폭을 넓혔다.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과 모양새는 비슷하나 잘 들여다보면 차원이 다르다. 크기는 2배요, 즉석 조리하니 밥알이 알알이 살아 있다. 가격은 1000원이 기본. 사치 부려봐야 2000원이 최고가다. 밥과 밥 사이에 날치알, 구운 연어 같은 내용물을 더해 다양한 맛을 낸다. 무료로 나오는 된장국도 좋지만 800원짜리 컵어묵과도 잘 어울린다. 홍대 정문에서 산울림 소극장 방향으로 약 200m. 02-322-2311.
3.홍두깨 칼국수 1000원짜리 두 장 받는 칼국수라고‘MSG가 가득한 국물에 공장에서 사온 면이겠지’라고 넘겨짚었다면 반성문 쓸 각오를 해야 한다. 직접 반죽해 낸 면과 멸치·무 등을 넣고 우린 진한 육수로 제대로 만들었다. 하루종일 끓여대는 대형 들통 속의 국물과 밀가루 반죽을 끊임없이 칼질해대는 주방의 모습이 이곳의 인기를 반영한다. 시장 골목 안에 있어 찾기가 수월치 않다. 하지만 이미 명성 듣고 찾아오는 이들로 점심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주문을 받으면 칼로 숭덩숭덩 썰어주는 면은 굵기가 제각각이지만 그래서 더 먹음직스럽다. 도톰한 면은 입 안에서 부드럽게 감긴다. 광명시 광명시장 안. 02-2625-6235.
4.육 펜스 돈가스 오래전에 맛보던 경양식 스타일의 돈가스집이다. 3300원. 싸지만 재료만큼은 생고기를 쓴단다. 여기에 애피타이저로 수프를, 후식으로 커피까지 내주니 ‘양식 풀코스’를 즐길 수 있다. 작은 가게 안에는 주인장의 취향이 담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천장 낮은 2층도 정겹다. 어린 시절 다락방의 추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2000원을 더 내면 두툼한 일본식 돈가스를 즐길 수 있다. 신촌 기차역 인근. 02-392-5345.
5.호성갈매기살 셋이서 1만원으로 배부르게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고기 천국’이다. 갈매기살 1인분(200g)에 8000원은 줘야 하는 다른 집에 비해 3인분의 양(600g)을 1만원에 파니 그야말로 ‘거저’다. 심지어 껍데기는 ‘무한 리필’이다. 주문을 하면 후추와 겨자를 넣은 간장 양념에 잰 갈매기살과 돼지껍데기가 함께 나온다. 오소리감투·염통·막창·껍데기 등의 부속 부위를 모은 돼지부속 모둠(600g)도 1만원에 맛볼 수 있다. 부추를 넣은 겨자 양념간장이나 초고추장·된장 등 입맛에 맞게 찍어먹으면 된다. 채소 쌈 대신 김치나 무채, 부추 등이 느끼함을 덜어준다. 응암동 이마트 근처. 02-386-4929.
6.원조닭꼬치 소주 안주로 제격인 닭꼬치가 1개에 1000원. 뼈까지 투박하게 자른 닭조각이 통째로 꽂혀 있다. 가슴·다리·날개 등 부위도 다양하다. 생닭 한 마리를 꼬치 10개에 나눠 담은 까닭이다. 연탄불 훈제 향이 은은하게 풍긴다. 닭꼬치 한 접시(10개)면 매콤한 맛에 세 명이 앉아 소주 2~3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다. 양념에는 13가지 특제 재료가 들어갔단다. 단, 저녁에만 판매한다. 중림동 종로학원 맞은편. 02-392-0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