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선 도로에 차들이 어두운 불빛을 뚫고 아웃토반인 양 달린다. 육교 넘어 반짝이는 아파트는 황량하다. 저 꽉 짜여진 네모반듯한 공간 안에서 누구는 사랑을, 누구는 투쟁을, 누구는 꿈을 꾸고 있으리라.
어깨 너머로 살짝 언 바람이 태풍처럼 불어오면, 불현듯 따뜻한 온돌방이 그리워진다.
몇 블록을 지나 젊은이들의 소란스러움을 뒤로 하고 ‘서래 양곱창’ 의 문을 열었다.
긴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남정네가 문 앞에서 한껏 맛난 폼으로 고기를 집고 있었다.
왁자지껄 시끌벅적, 사방에는 가수 이효리부터 축구선수 송종국까지 이곳을 다녀간
유명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어제 효리 씨가 다녀갔어요.”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기 가수, 그녀가 단골이란다.
그럼 자주 오면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단다.
며칠 전에는 근처에 살고 있는 가수 조용필 씨에게 곱창을 배달했단다. 그 역시 단골인데, 공연 후에는 늘 이곳에서 회식을 했단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 불편했는지 배달을 요청 하더란다. 곱창 배달도 되냐고? 다른 이는 안 되고 조용필 씨만 가능하다. 주인장 부부 모두 열렬한 팬이기에.
어찌 이리 많은 연예인들이 단골일까? 처음에 안주인이 새치름해 보여 말 붙이기가 어려웠다. 전형적인 도시 아낙네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윽고 마주 앉아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하자 더없이 푸근하고 매력적이었다.
‘흔히 이럴 것이다’ 하고 생각하는 것을 확 뒤집는 것만큼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지금은 ‘본죽’ 체인점으로 유명해진 김철호 사장도 그랬다. 죽 체인점을 만드는 것도 참 특이한 일이지만 그의 엉뚱함은 호떡 장사를 할 때부터 나타났다.
숙명여대 앞에서 호떡을 팔던 그는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고급스런 양복을 입고 호떡을 팔았다.
그런 면에서 김철호 사장과 주인장은 닮았다. 사람들이 항상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식으로 바꾼다. 새벽 5시까지 영업하는 것도 그런 주인장의 생각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민 간 언니가 하던 고깃집을 이어 받아서 운영을 했단다. 언니가 돌아오면서 둘만의 곱창 집을 열게 된 것이다. 굳이 소 양와 소 곱창을 요리해서 팔기로 한 건 주인장 부부가 모두 곱창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곱창을 먹으러 다니는 일은 일상이었다. 그 일상의 즐거움과 따뜻함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단다.
이 집에서는 곱창 중에서 제일 좋은 부위만 가져온단다. 여러 집에서 재료를 공급받고, 냉동 곱창은 가까이 하지도 않는다.
곱창은 다른 고기와 다르게 절임이 안 돼서 진정 신선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 ‘특양’ 은 소 위중의 하나로. 양도 작고 가장 작고 귀한 부위다. ‘기본’ 은 소 양와 소 곱창을 섞어 2인분이 나오는데, 양과 곱창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서 좋다.
맛은? 설명이 필요 없다. 너무 맛있다.
여름에는 가게 밖의 도로변까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다.
밤이 깊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쳐다보면 민망해진다. 그럴 때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예쁜 주인장에게 멋들어진 곱창 한 접시를 부탁하자.
지글지글 곱창이 익어가는 동안 그 뿌연 연기 속에 네가 유명인 인지,
내가 유명인 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저 맛있는 곱창을 사랑하는 너와 나는 친구일 뿐!
위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전화번호 02-3477-0234 영업시간 오후 5시 ~ 새벽 5시 메뉴 기본 2만5천원 / 특양 1만5천원 / 곱창 1만원 / 소주 3천원 / 맥주 4천원
* 강력추천
곱창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는 당신, 이곳에서 그 맛을 평가해 보라.
서로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오래된 연인이라면 함께 곱창을 씹어보자.
* 귀뜸 한마디
밤이 깊을수록 연예인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매일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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