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식당인 하동관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강남 테헤란로 포스코 빌딩 옆에 하동관의 분점이 생긴 덕분입니다. 곰탕을 맛있게 먹고 나오는데 만화에 나오는 것과 정말 똑같이 생긴 할아버지가 카운터를 지키고 계시더군요. :)
고기 노린내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식당 내를 은은히 감도는 노린내가 정말 걱정스러웠습니다. 식탁에 나온 뿌옇지 않고 속이 훤이 들여다보이는 맑은 국물도 당황스러웠지요. 머리속에 곰탕=뿌연 국물, 설렁탕=맑은 국물이라는 공식이 들어 있었거든요. 덕분에 국물 맛을 볼 때까지는 머리 속이 아주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곰탕의 맛은 적어도 명불허전이더군요. 입에 착착 감기는 구수한 곰탕 맛에 어느새 노린내가 난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습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한 수육. 양이 듬뿍 쌓여 있지요. 저는 지금까지 자의로는 양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때 겪었던 사건때문인지 양의 모양, 냄새 맛에 약간의 트라우마 비슷한 것이 있었거든요. 노린내에도 불구하고 곰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는 것 때문에 고무되어서, 사상 처음으로 양도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굳이 맛있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제가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안 먹었던 것일 뿐.
이 날 이후로 하동관은 제일 좋아하는 곰탕집으로 자리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