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장은 말야…." "아휴, 세상사는 게 다 그렇지."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속 풀이에 한창이다. 구수하게 전 부치는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70~80년대 즐겨 듣던 추억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식탁 위에는 대나무 통에 담긴 막걸리가 찰랑찰랑, 친구들의 이야기 소리에 맞춰 리듬을 탄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거리 신촌. 그 구석에 숨은 듯 자리 잡고 있는 빈대떡집, '송아저씨 빈대떡'을 찾았다.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간판이 정겹다. 간판뿐만 아니라 식당 내부도 천장도 식탁 위의 그릇도 다 대나무다. 그러고 보니 '송아저씨'라는 식당 이름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오두막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곳의 이름이 너무나 당연한 듯 맞아떨어진다.
송아저씨 빈대떡이 이곳에 문을 연 것은 10년 전쯤. 그 오랜 세월 동안 신촌에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더 화려하고, 더 세련된 음식점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곤 했다. 간판에 네온사인 하나 없는 송아저씨 빈대떡은 신촌이라는 장소와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편안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송아저씨 빈대떡은 신촌의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게 10년 전 그대로다. 조금은 비좁은 듯한 공간은 그래서 더욱 오붓하고, 주인아줌마는 여전히 식당 안을 가득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손님들과 수다를 떠는 데 한창이다. 학창시절 이곳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던 청년들은 어느새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어, 이제는 이곳에서 넥타이를 풀어헤친 채 힘든 세상사의 무게를 푸념 한자락에 담아 내려놓는다.
주인아줌마가 매일같이 반죽하고 구워 온 부침개 역시 '옛날 맛 그대로'다. 파 하나를 고르더라도 10년 노하우에 따라 엄격하게 고르고, 계절마다 최고의 맛을 위해 각기 다른 반죽법을 사용한다. 그만큼 맛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는 것이 주인아줌마의 호언장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부침개는 기름기가 쫙 빠져 적당히 고소하고 적당히 담백하다. 푸짐한 양을 오래도록 먹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기본찬도 충실하다. 대나무에 담겨 나오는 청포묵은 야들야들하고, 계란찜은 유난히 보드라워 여성들에게 인기다. 김치는 아삭거리는 맛이 일품이어서 부침개와 함께 먹기에도 좋다. 다양한 부침개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모듬전은 1만4000원. 김치전, 야채전, 고추장떡 등은 1만원 정도.
장소가 비좁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추운 겨울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다. 더욱이 모듬전, 야채전 등의 인기 메뉴는 재료가 떨어지면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메뉴를 먹기 위해서는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찾아 갈 것. 모처럼 친구들과 함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회포를 풀고자 하는 이들에게 딱이다.
위치 : 신촌역 현대백화점 출구로 나와 놀이터를 지나 세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150m쯤 들어가면 나무로 된 간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