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이태원으로 빠지는 고급 주택가 사잇길에는 식당 세 개가 이웃사촌처럼 붙어 있다. 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고, 그만큼의 명성을 얻었다. 그 하나가 뉴요커 스타일 브런치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애드로쿰(이전 ‘하루에’ 자리. 잘 만든 와플을 자랑하던 하루에가 두 명의 30대 셰프를 만나 애드로쿰으로 진화했다). 뉴욕 CIA, 고든램지, 일레븐메디슨파크, 노부 57, 부숑 등 일류 요리 사단과 화려한 별점 식당을 두루 거친 셰프 정서영과 파티셰 최윤영이 젊은 메뉴를 선보인다. 먼저 브런치 메뉴. 토마토 살사를 곁들인 스크램블드 에그+토스트와 베이컨, 튀긴 감자와 샐러드가 30cm 정도 되는 가로 접시에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네 가지 재료는 섞이지 않고 각자의 신선한 맛을 뽐냈다. 숙련된 테크닉이 느껴진다. ‘하루에’ 시절부터 10년 된 인테리어는 유럽풍 앤티크 스타일로 다소 무겁다. 젊은 메뉴와 인테리어가 엇갈린다는 생각은 한입 베어문 디저트 케이크의 달콤함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맛이 곧 분위기다. 남산 벚꽃길 코스와 잘 어울리는 장소. 브런치 1만 5000원대, 디저트 7000원대.
문의_02-790-1831
자리를 탁월하게 잡았다. 서울 남산 중턱에 위치한 이 식당은 통창과 테라스를 통해 서울 시내의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다. 나전 칠기 애호가로 알려진 주인은 실내 곳곳에 나전 칠기 액자와 진열장, 백자 등을 통해 취향을 드러낸다. 나무를 널찍하게 활용한 벽면과 천장, 흰 공간은 한옥 스타일을 조금 염두에 둔 듯하다. 그릇으로, 지난해 열린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구입해 유명세를 치른 젊은 도예가 이헌정의 브랜드가 눈에 띈다. 필립 스탁의 현대적 의자 등은 식당이 퓨전 스타일임을 알리는 단서다. 음식은 서울의 첫 퓨전 레스토랑 ‘시안’을 거친 윤정진 셰프가 맡고 있다. 코스로 나오는 음식은 퀄리티가 좋다. 좋은 제철 재료를 까다롭게 골랐다는 것이 느껴진다. 메뉴의 컬러 배분에도 신경을 써서 눈은 즐거운데, 낯선 맛도 있다. 매콤한 맛을 내는 메생이 굴국이 그렇고, 소스로 양념된 전복구이는 초장에 찍어 먹는 날전복을 생각나게 한다. 멍게 비빔밥의 멍게는 슬라이스해 얼린 것이 나왔다. 첫 멍게 향은 덜한 대신 녹으면서 넘어가는 뒷맛이 상큼했다. 자체 개발 메뉴 중 은어를 갈아 속을 채운 은어 군만두는 은은한 기름이 배어나오는 별미였다. 디저트로는 얼린 홍시를 얇게 휘핑처럼 올린 아이스크림을 추천. 일품 요리 3만~4만원대, 코스 6만/10만원.
문의_02-797-3553
20여 년 음식 장사를 하며 승승장구했다. 서울 경희대와 연세대 인근을 돌며 백반집을 운영했다. 당시 대학 주변은 배달을 겸한 식당으로 춘추전국 시대였다. 주인은 메뉴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좋은 재료와 맛으로 승부를 걸었고, 대학 주변을 주름잡는 식당이 됐다. 그러다 학교 내에 프랜차이즈 구내 식당이 속속 들어서면서 업종을 바꿨다. 서울 홍은동의 명지 주물럭 역시 인기를 끌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부교수인 배우 장미희가 단골이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서울 연희동에 자리한 생한우 전문점 한라원 주인장의 스토리다. 화가가 거주하던 495㎡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은 편안한 인상이다. 1층은 넓은 야외 정원이 있어 바비큐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육류는 농협과 한냉 직거래로 최상등급만을 고집한다. 실제 살치 살과 등심은 갓 짜낸 우유를 떠올릴 만큼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대박집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답게 5~6가지 곁들이는 밑반찬의 퀄리티도 높다. 갈비탕과 직접 빚은 손만둣국은 별미다. 생등심 3만5000원, 살치 살 4만원.
문의_02-333-3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