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청담동과 이태원의 요즘 풍경은 노아 부부가 레몬트리에 처음 ‘노아 부부의 맛집 일기’를 연재하던 때와는 많이 바뀌었다. 그때만 해도 근사한 외식이라면 당연히 ‘칼질(?)’하는 프렌치 혹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떠올렸지만 요즘은 태국, 인도, 터키 등 제3국의 레스토랑뿐 아니라 퓨전화, 고급화된 고깃집과 한식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그만큼 외식 메뉴를 고르기가 쉽지 않아졌다.
또 하나의 변화를 꼽는다면 Le Delice(르 델리스, 신라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Du Phare(듀 파르, 지금은 레스토랑은 없어지고 카페만 운영), Salon de Matinee(살롱 드 마티네, 차와 정통 프렌치 메뉴를 선보이던 레스토랑) 등 ‘정통’과 ‘격식’을 갖춘 몇몇 유명한 레스토랑과 호텔 레스토랑이 프렌치를 대표했으나, 지금은 파리의 골목에서 찾은 작은 맛집 같은 비스트로 스타일의 가게가 많아졌다는 것.
12월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부의 저녁 식사나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을 위해 추천하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대부분 골목길,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 프랑스 요리의 풍미와 식감은 살리되 살짝 가벼워진 누벨 퀴진을 선보이는 곳이 많다. 덕분에 레스토랑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메뉴와 부담 없이 프렌치로 차려진 연말 모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의 전형적인 비스트로 풍경을 재현한 ‘레스쁘아’는 6~7개 정도의 테이블이 놓인 작은 공간으로, 레스토랑보다는 서양식 밥집 같다.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미국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뉴욕에만 5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타 셰프 ‘다니엘 블루’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쌓은 오너 셰프 임기학 씨가 지난해 문을 연 곳이다. 어니언 수프, 스테이크와 프렌치프라이를 한 접시에 담아 내는 스테이크 플레이트 같은 비스트로의 대표 메뉴를 비롯해 푸아그라, 달팽이 요리 등 메뉴가 다양하다. 프렌치 전통 조리법을 따르되,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를 접목시킨 임기학 셰프만의 컨템퍼러리 프렌치를 맛볼 수 있다. 해산물과 어류는 매일 아침 살아 있는 신선한 생물을 배송 받아 요리하고, 셰프가 지금도 요리 개발을 계속한다. 이것이 오픈 단 1년 만에 소문난 맛집의 반열에 오른 이유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단체 예약은 할 수 없고 커플 예약만 받을 예정. 남자와 여자를 위한 메뉴를 코스에 담은 커플 코스를 준비 중이다.
메뉴어니언 수프 9천원, 팬에 익힌 도미를 올린 보리·수수·조 3가지 곡물 리조토 3만4천원
위치지하철 7호선 청담역 6번 출구, 스타벅스 옆 골목 오른편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시~10시 30분
문의 02·517-6035
Noah’s Comment “프랑스에서 온 사람을 만난다면 함께 가고 싶을 만큼 맛과 비스트로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곳이에요. 레스쁘아에 올 때마다 빼먹지 않고 주문하는 메뉴는 어니언 수프. 첫맛은 짭조름하면서 치즈를 듬뿍 넣어 고소하고, 치즈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에요. 양갈비와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활어를 써서 살이 탄탄한 도미를 올린 리조토는 단품으로 주문해 먹기 좋아요. 규모가 작으니 예약은 필수겠죠.”
‘컨템퍼러리 캐주얼’이라는 콘셉트로 2년 전 오픈한 ‘봉에보’. 테라스가 있는 오픈된 공간과 모던한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는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마치 아티스트의 갤러리 카페처럼 편안하고 감각적이다. 캐주얼한 분위기만큼 아직은 낯선 프렌치 메뉴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쉽고 가볍게 재해석하여 부담 없이 맛 볼 수 있다. 봉에보는 ‘좋고, 아름다운’이라는 뜻. 다른 프렌치 레스토랑과 같은 재료도 이형준 셰프의 손을 거치면 새로워진다. 푸아그라를 막대사탕처럼 모양 내어 ‘거위간 사탕’을 만들고, 스칼럽 위에 샴페인 거품을 올려 먹는 즐거움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한다. 미술을 전공하고, 스위스 호텔 학교와 프랑스 르코르동 블루에서 탄탄하게 쌓은 실력에 그만의 상상력이 더해진 기발한 메뉴들이 대부분. 캐주얼 레스토랑인 만큼 프렌치 스타일의 브런치 메뉴를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봉에보만의 특징.
메뉴 굴과 화이트와인을 갈아 만든 소스가 들어간 굴 파스타 2만2천원
위치 이태원 제일기획 맞은편, 한남제일교회 왼쪽 골목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10시(월요일 휴무)
문의 02·3785-3330
Noah’s Comment “프렌치를 코스로 먹고 싶을 때는 봉에보 런치 코스를 이용해보세요. 전채, 메인, 후식 메뉴를 각각 선택할 수 있는 런치 코스는 5만5천원으로 감각적으로 세팅된 프렌치 코스를 맛볼 수 있어요.”
숨은 맛집들이 밀집한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 가면 프랑스인 셰프들이 운영하는 르생떽스를 만날 수 있다. 마치 프랑스 여행 중 잠시 들른 작은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 프랑스가 고향인 두 셰프가 동네에서 먹던 비스트로 맛을 그리워하며 오픈한 레스토랑이기에 실제로 프랑스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격식은 없지만 맛만큼은 정통 프렌치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곳. 이곳에서는 정해진 메뉴 대신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새로운 메뉴를 짜고, 좋은 식자재가 들어오면 그것을 응용한 요리가 메인이 된다. 프렌치 레스토랑 하면 떠오르는 복잡한 코스 메뉴가 없다는 것 또한 이곳의 특징. 모든 메뉴는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고, 디저트 메뉴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달걀흰자로 만든 머랭에 커스터드 크림을 깔고 설탕 시럽을 얹어 단맛이 나는 플로팅 아일랜드는 르생떽스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인기 있다.
메뉴 페어와 케이퍼를 곁들인 참치 요리 2만6천원
위치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쪽 KFC 골목 안쪽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시~9시 30분
문의 02·795-2465
Noah’s Comment “주말 런치 세트는 맛과 구성 모두 훌륭해요. 야채수프, 감자소시지샐러드, 양파소스의 치킨 요리와 커피, 디저트로 구성되며, 가격은 2만1천원이에요.”
메종 기와는 ㄷ자의 한옥 기와집에서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곳. 작은 한식 정원을 사이에 두고 6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어 마치 프라이빗 룸에서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 든다. 메종 기와의 메뉴는 누벨 퀴진 스타일로 맛이 강한 향신료와 재료 대신 원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가볍게 조리한 요리들이 많다. 셰프가 당일 쓸 재료를 직접 구매하고, 생물 해산물만을 사용한다. 특히 스테이크용 쇠고기는 모두 1++ 등급만을 고집한다. 총괄 주방장인 구레구아르 마쇼 셰프는 한국계 프랑스인으로 프랑스의 ‘라 투르 다르장’에서 근무하다 메종 기와의 러브콜을 받고 한국에서 근무하게 되었다고. 점심과 저녁, 코스 메뉴가 있고, 작은 규모이지만 와인 소믈리에가 있어 70여 종의 와인 중에서 추천해주기도 한다.
메뉴 팬 프라이한 아스파라거스와 그린빈을 곁들인 그린페퍼 등심스테이크 4만2천원, 밤 크림의 귤 파르페 8천원
위치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300m, 통의동 우체국 옆 골목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10시
문의 02·737-0955
Noah’s Comment “재료가 좋기 때문에 맛은 일단 보장되고, 색다른 분위기가 인상적인 만큼 외국 손님에게 저녁을 대접해야 할 때 자주 이용하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