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우아한 공간엔 클래식 음악이 흘렀고, 코끝엔 와인 향이 스쳤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지만 와인을 마시는 공간은 대개 이와 같은 분위기일 것이란 편견 때문에 때론 부담스럽다. 가로수길에 있는 재지 마스를 방문하면 머릿속 와인 바 이미지에 새로고침 키를 눌러야 한다. 마스는 멀티 아트 스페이스(multi art space)의 줄임말로, 전시 기회가 적은 신진 아티스트들의 놀이터가 되어준다. 총 60평이라는 널찍한 공간이 총 11개의 부스로 나뉘어 있어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10월에는 한・중・일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 전이 한창이다. 아트 디렉터의 연간 계획하에 이루어 진 전시는 6주에 한 번씩 바뀌는데 매번 주제가 신선하고 구성이 탄탄한 편이다.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작품이 전시 중인지 확인하고 평소 흥미 있는 분야의 전시가 있을 때 찾아가면 더욱 좋다. 작품 감상을 적극적으로 하려면 가볍게 손에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는 미니 와인이 제격. 200ml 조금 안 되는 양이라 마시기 부담 없다. 특히 생크림을 듬뿍 얹은 딸기 머핀 한 입과 입 안 가득 과일 향이 퍼지는 람보르스코 와인 한 모금의 조화를 꼭 느껴보길 추천한다.
달콤한 와인과 함께 먹자. 머핀 위에 부드러운 생크림과 상큼한 딸기가 가득한 베리베리미 8천원, 단맛은 덜고 과일향은 풍부해 여자들 입맛에 딱인 이탈리아 리유니트 와인 람보르스코 5천원
장소가로수길 미래와 희망 병원 뒤 마사빌딩 지하 2층
영업시간 오전 10시~다음 날 2시
문의 02-3445-8067
1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전시 부스 겸 카페 공간.
2 바에서 미니 와인을 직접 고를 수 있다.
3 만화 부터 비디오 아트까지 다양한 작품이 가득하다,
어딜 가든 빡빡한 인구밀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주말 저녁, 조용하게 와인 한잔 하고 싶은 날엔 어디로 가야 할까? 실제 한옥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보물처럼 숨겨진 고즈넉한 와인 바. 울퉁불퉁 돌계단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투박한 나무로 만든 긴 테이블이 놓여 있다. 녹아내린 양초의 불빛에만 의지한 이곳 분위기에선 여유가 느껴진다. 어둑어둑해지는 매일 밤 6시부터 새벽까지 예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특별한 매력. 다분히 주인의 취향으로 선택한 영화지만 와인 바 내부에서 맞은편 회색 건물의 벽에 빛을 반사시켜 그 벽면을 통해 보는 영화의 매력은 그 어떤 3D 입체 영상의 으리으리한 영화관과 비교할 수 없다. 카페 내부에 자리 잡고 큰 창문을 통해 영화를 보면 마치 혼자 영화관에 온 기분이고,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으면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낄 수 있어 여행 온 기분이다. 에디터가 간 날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상영했는데, 실제로 와인을 마시며 혼자서 영화를 보러 온 여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와인의 빛깔을 즐길 수 있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와인 바 한쪽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는데,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연 장소인 셈. 운이 좋으면 와인 바에 자주 들르는 단골 아티스트들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
화이트 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 스페인식 도미구이 2만원, 실패할 확률 없는 강력 공식 하나. 기분 좋게 취하고 싶은 날엔 달콤한 샹그리아를! 8천원
장소 광화문 메트로 신문사에서 성곡미술관 방향으로 100m 직진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시
문의 02-720-0172
1 와인 바와 환상의 궁합인 피아노 연주.
2 한옥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3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예술 영화를 감상하는 낭만.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치즈, 누군가는 로맨틱한 기념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바로 ‘책’을 떠올릴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것이 와인 마니아인 홍대 북누크 사장님의 전략이다. 모퉁이 서점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 기쁨은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 한 모금을 마실 때의 행복 무게와 같다고 생각했고, 이 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원서는 고전 문학부터 칙릿 소설, 추리소설 등 총 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캐주얼한 도서관이 되어준다. 원서들 사이사이 꽂혀 있는 한국 소설을 찾아 읽는 반가움도 맛보고 한쪽에선 잡지도 볼 수 있다. 왠지 서운하다면 보증금 2천5백원을 내면 책을 빌려 갈 수도 있다. 레드 컬러 벽면은 열린 공간이다. A4 용지만 한 사이즈의 그림을 가져오면 누구나 자신의 그림을 걸 수 있다. 신인 아티스트의 데뷔 무대가 되어주는 것. 손님들은 올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볼 수 있으니 모두가 행복한 공간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마지막 주 금요일, 클럽 데이엔 카페 1층에 가판을 열고 한 잔씩 와인을 판다는 것. 이만하면 홍대에 여러모로 괜찮은 곳이 생겼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스파클링 와인의 톡 쏘는 맛은 기분 전환에 그만. 스페인 까바. 4만원 낮 3시부터 간단한 샐러드와 함께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치킨시저샐러드+칠레산 샤도네이 1잔 1만5천원
장소홍대 삼거리 포차 쪽 크리스피 크림 도넛 뒷골목
영업시간 낮 12시~다음날 새벽 1시
문의 02-323-3357
1 그림만 가져오면 사장님이 직접 액자를 만들어 빨간 벽에 작품을 전시한다.
2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원서는 대여 가능하다.
3 점심 시간 혼자 와서 와인을 즐겨도 좋은 캐주얼한 분위기.
회사 입사를 축하하는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남친과의 기념일처럼 기분을 내고 싶은 날이라면 갤러리 로얄을 추천한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디자인 서적이 가득한 1층 북 카페를 지나 2층에 본격적으로 갤러리와 와인 바가 펼쳐진다. 일반적인 갤러리와 같이 큐레이터가 상주하고 있어 친절하게 작품 설명을 도와준다. 이번 달엔 움직이는 박스의 모양을 형상화한 김봉태 화백의 ‘댄싱박스’를 전시하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컬러풀한 박스들이 와인 바에 생기를 준다. 이곳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요즘 갤러리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원로 화백의 전시는 물론 해외 유명 작가들을 소개해 미술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들어준다. 이곳만 자주 들러도 어디 가서 미술 공부 좀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 10시 반부터 2시간 동안 미술 이론 강좌 클래스가 있으니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또 하나의 장점은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등 웬만한 이탤리언 요리와 이에 잘 어울리는 2백50여 종의 와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와인의 천국이라는 사실. 테이블 사이 간격이 넓어 프라이빗한 만남이 가능한 것도 장점. 연인이라면 눈치 볼 것 없이 달콤한 닭살 멘트를 날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면 신나게 수다를 떨어도 좋겠다.
치즈 누룽지를 곁들인 일본식 관자구이 1만7천원, 혀에 뻑뻑하게 감기는 드라이한 레드 와인의 맛에 취해보자. 몬테스 알파 카버 3만8천원
장소 지하철 7호선 학동역 7번 출구 동호대교 방면 70m
영업시간 오후 6시~밤 12시(카페는 오전 11시부터 이용 가능)
문의 02-514-1247
1 3층에 올라서면 바로 갤러리가 펼쳐진다.
2 럭셔리한 분위기와 달리 와인은 3만5천원 부터로 저렴한 편
3 2층 북카페도 이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