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라는 것은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하면 더욱 따스해지는 공간이 있기에 소개한다. 유달리 한적한 동네 속에 숨어 있어 가을에 더 어울리는 공간이다.
데미타스 demitasse 이곳에 가면 어린 시절 엄마 품에서 맡던 따뜻한 냄새가 난다. 고요하고 아담한 동네 부암동은 시골 읍내를 닮아 하늘을 보며 느리게 걷는 일이 자연스러운데, 낮은 건물들 사이에서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다락방이 눈에 띈다면 그곳이 바로 '데미타스'다. 이곳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삐걱 소리를 내는 나무문을 열면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마치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다는 건물은 마룻바닥에도 세월이 배어 발길을 옮길 때도 삐걱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는 묘하게 마음을 울려서 자꾸만 좁은 공간을 둘러보게 한다. 데미타스에는 음식에도 온기가 있다. "엄마, 배고파." 한마디에 뚝딱 차려 주시던 소박하지만 따뜻한 엄마의 음식처럼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워준다. 사색을 하고 싶은 날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구운 치즈베이글을, 마음이 허한 날에는 이곳 주인장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별이 동동 뜬 유자차나 모과차에 가래떡구이를 먹어보길. 시장하다면 든든한
오차즈케도 좋겠다.
메뉴 | 아메리카노 4천원, 유자차·모과차 각 5천원, 치즈베이글 3천원, 가래떡구이 4천원, 오차즈케 5천원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0시
주소 | 서울 종로구 부암동 254-5 2층 '클럽 에스프레소' 맞은편
문의 |
02-391-6360 주차 불가(
유료주차장 이용)
한적한 골목을 누비는 것을 좋아해 효자동을 자주 찾는다. 카페 '고희' 옆으로 난 긴 골목을 걷다가 영화 '
카모메식당'을 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만났다. 민트 컬러의 외관뿐 아니라 내추럴한 우드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실내도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여서 이곳에 들어설 때마다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화려하고 격식을 갖춘 음식이 아닌 이탈리아 시골 농가의 소박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데, '빵 위에 올려진 토스카나의 환한 햇빛…
부르스케타 ', 카페 주인 허인 씨의 요리스승인 셰프의 이름을 딴 '파올로 엄마의 사과케이크' 등 메뉴판의 이름마저 다정하다. 특히 브런치를 즐기기에 좋은데, 파스타 맛이 일품이다. 저녁이나 밤늦은 시간이라면 부르스케타에 와인 한 잔을 즐겨도 좋겠다. 이곳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두 친구가 여행을 다니면서 하나둘 구해온 요리책이 책장에 한가득한데 요리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차분히 보다 가도 부담이 없다. 단, 주말에는 예약 필수다.
메뉴 | 파올로 엄마의 사과케이크 6천원, 버섯과 마늘이 들어간 올리브소스 파스타 1만5천원, 부르스케타 4조각 1만2천원, 주말 브런치 2만원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1시(매주 월요일 휴무)
주소 | 서울 종로구 효자동 40-2번지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직진 | 파리바게트 골목 문의 02-730-0902 주차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