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단오, 제철 음식은

“그윽한 향과 신맛이 짐의 입맛을 돋우는구나. 대신들도 한번 맛보게나.”(동국세시기)

단옷날 조선의 왕과 신하의 정겨운 광경이다. 왕이 하사한 것은 ‘제왕의 음료’인 제호탕이다. 제호는 불교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좋고 자양분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28일(음력 5월 5일)은 단옷날이다. 수릿날·천중절·중오(重午)절·단양(端陽)이라고도 불린다. 이날은 양(陽)이 성(盛)한 날이다. 제호탕은 단오(端午)의 대표 음식. 수리취떡(차륜병)·도행병·도미면·준치만두·앵두편·앵두화채 등도 단오의 절기 음식으로 꼽힌다. 하나같이 웰빙 음식이다.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단오 음식을 즐겨 먹으면 삼복더위에도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28일은 단오, 제철 음식은 제호탕

제호탕은 맛과 약성이 뛰어난 음료다. 한방에선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진해진 사람에게 권한다. 마시면 금세 갈증이 풀리고 가슴 속이 시원해지며 입 안에서 향기가 오래간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는 “소화불량, 오래된 기침, 가래·설사·복통 치유와 원기 회복에 유효하다”며 “사철 어느 때 마셔도 좋다”고 소개했다. 주독 해소와 식중독 예방에도 유효하다. 해독 효과와 강력한 살균력을 지니고 있다. 여름에 제호탕을 마시면 식중독균을 죽이되 건강엔 무해한 자연의 살균·소독약을 복용하는 셈이다. 제호탕 추출물을 유산균에 접종했더니 유산균 활성이 높아졌고, 장내 면역력도 강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한국식품과학회지 2006년 38권). 제호탕의 주 재료는 오매(烏梅)다. 이맘때 딴 푸른 매실(靑梅)의 껍질·씨를 벗긴 뒤 질그릇 냄비에 넣어(과거엔 짚불 연기에 그을렸다)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말린 것이다. 까마귀처럼 까맣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제호탕

재료: 오매 600g, 초과 37.5g, 백단향 18.7g, 사인 18.7g, 꿀 3㎏

1 오매·초과·백단향·사인 등 네 가지 재료를 곱게 간다

2 간 재료에 꿀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한다

3 반죽한 것을 한지를 덮어 약한 불로 중탕해 연고 상태가 될 때까지 3∼5시간 끓여 준다

4 냉수에 타서 마신다


28일은 단오, 제철 음식은 생맥산(生脈散)과 송화밀수

단오의 절기 음료는 아니지만 한방에선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 생맥산·송화밀수를 권장한다.

생맥산은 맥이 다시 살아나게 하는 묘약이란 의미.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을 때 마시면 효과 만점이다. 인삼은 기를 올려주고, 맥문동은 진액을 보충하며, 오미자는 기를 모아준다. 또 맥문동과 오미자는 기도 점막의 건조를 막아준다. 5, 6월께 노랗게 날리는 송홧(松花)가루도 자연의 선물이다. 우리 조상은 꽃이 피기 전의 송홧가루를 채취해 삼베 주머니에 담은 뒤 술을 부어 송화주를 마셨다. 가루로 다식이나 밀수도 만들어 먹었다.

오산대 식품조리학과 배영희 교수는 “송화밀수도 단오 때 인기 있는 음료였다”며 “생수에 꿀을 타고 여기에 미리 풀어놓은 송홧가루를 넣고 저어주기만 하면 송화밀수”라고 설명했다. 송홧가루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C가 풍부하다. 또 타닌 성분이 들어 있어 설사를 멎게 하는 데 유용하다.

송화밀수(송홧가루를 꿀에 탄 것)

재료 : 송홧가루 2큰술, 꿀 5큰술, 물 1컵, 잣 1큰술

1 송홧가루를 꿀에 잘 갠다

2 생수에 송홧가루 꿀을 넣은 뒤 흔들거나 수저로 저어 잘 섞는다

3 잣을 띄운다


28일은 단오, 제철 음식은 앵두화채

단옷날 궁중 내의원이 조제해 왕에게 바치고 왕이 다시 이를 신하에게 하사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일종의 구급약인 옥추단이다.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오색실로 꿰어 차고 다니다가 설사·복통·곽란 등 요긴할 때 썼다. 옛 양반들은 무병장수를 바라는 마음으로 옥추단을 몸에 지녔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제호탕·옥추단을 받기 힘들었던 서민은 단옷날 앵두 화채를 즐겨 마셨다”며 “깨끗이 씻어 씨를 뺀 앵두에 설탕·꿀을 재어두었다가 마실 때 오미자 국물을 붓고 실백을 띄웠다”고 조언했다.

앵두의 3대 웰빙 성분은 안토시아닌·유기산·펙틴. 안토시아닌은 껍질에 든 검붉은 색소 성분이다.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이자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 성분이다. 유기산(사과산·시트르산 등)은 신맛을 내고, 신진대사·원기회복을 돕는다. 펙틴은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앵두화채

1 앵두를 따서 깨끗이 씻은 뒤 씨를 빼서 설탕이나 꿀에 재워둔다

2 오미자 국물에 재워둔 앵두를 넣는다

3 잣을 띄워서 먹는다


28일은 단오, 제철 음식은 익모초(益母草)와 오이

“5월 5일 단옷날 물색(物色)이 생신(生新)하다.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농부월령가』의 5월령)

단오 무렵엔 앵두·오이 등 다양한 채소·과일이 제철을 맞는다. 익모초·쑥·수리취·복숭아·살구 등도 한창이다. 이날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에 뜯어 말려놓은 익모초와 쑥은 약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조정훈 교수는 “익모초는 ‘어머니(여성)에게 유익한 풀’이란 뜻”이며 “채소의 성질이 따뜻해 특히 아랫배가 냉한 여성에게 이롭다”고 말했다.

입맛이 떨어졌을 때 생즙을 내어 먹으면 식욕이 되살아나고 잘 붓는 사람이 먹으면 부기가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선 여성의 생리나 출산 전후 질환에 두루 쓰인다. 어혈을 없애고 자궁의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해서 임신부에게도 추천된다. 술(소주)에 오이를 갈아 넣어주면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수리취 떡 

재료: 멥쌀 20컵, 소금 3큰술, 수리취 600g, 설탕 2컵, 물 3컵

1 수리취를 푹 삶은 뒤 손으로 꼭 짠다

2 멥쌀을 씻어 하룻밤 담가 뒀다가 꺼내 소금과 1을 함께 넣고 빻는다

3 설탕물을 끓여 식힌 뒤 2에 넣고 고루 섞어 중간체에 내린다

4 시루에 시루밑을 깔고, 체에 내린 가루를 앉혀 1시간가량 찐다


28일은 단오, 제철 음식은 준치

조상이 단옷날 즐겨 드신 생선은 준치다. 우리 선조는 준치로 만두와 국을 만들어 드셨다. 생선 가운데 가장 맛있다 해서 진어(眞魚)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흠은 잔가시가 너무 많은 것이다. 중국 송나라의 문인 유연재는 ‘시어다골’이라 했다. 시어=준치, 다골=뼈가 많다는 뜻이다.

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는 “요즘은 준치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며 “청어목인 준치엔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과 간 건강·시력 보호에 유익한 아미노산인 타우린이 풍부하다”고 전했다.

평생 준치를 한 번도 못 본 사람이라도 ‘썩어도 준치’라는 말은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낡거나 헐었어도 가치 있는 것을 나타낸다.

영양적으론 100g당 단백질(20g)·지방(4.7g)·칼슘(78㎎)·칼륨(280㎎)·비타민 A 등이 풍부하다. 제철은 봄에서 초여름까지(4∼7월)다. 이 시기가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가 이듬해 다시 나타난다.

준치만두

재료: 준치 1마리(400g), 쇠고기(우둔살) 50g, 녹말가루 3큰술, 잣 1큰술

1 준치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깨끗이 씻는다

2 씻은 준치를 찜통에 쪄서 익힌 뒤 가시를 발라내고 살만 모아 다진다

3 곱게 다진 쇠고기에 고기 양념을 넣고 주물러 밑간한다

4 초간장 양념을 넣고 잘 섞는다

5 준치 살과 쇠고기를 섞고 소금·후춧가루로 간을 맞춘 뒤 잣을 하나씩 넣으면서 완자를 빚는다

6 완자에 녹말을 묻힌 뒤 찜통에 찐 다음 초간장과 함께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