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상은.김성룡] 4월 15일 농심이 소위 '프리미엄 라면'을 선언하며 내놓은 신상품이 '신라면블랙'이다. 라면 1개에 1320원은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무색하게, 신라면블랙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94억원을 기록했다. 라면은 보통 월 평균 매출이 20억원 이상이면 히트 상품으로 친다. 이 엄청난 대박 비결을 농심 홍보팀 장재구 차장은 "기존 신라면은 맵고 얼큰한 맛으로 10대에서 30대 중반까지만 어필했지만, 신라면 블랙은 구수한 설렁탕 국물 맛이어서 어린아이부터 80대까지 폭넓은 소비자를 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서 착안했다. 어린이와 노인 모두 좋아할 만한 프리미엄 라면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는 없을까. 오늘도 냉장고 안에는 처치 곤란으로 시들어가는 재료가 수두룩하다. 요리업계의 '빅마마'
이혜정(55·사진) 요리연구가를 찾아가 냉장고 속 재료로 프리미엄 라면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빅마마는 엄마처럼 푸근한 표정으로 "조금만 창의력을 발휘하면 생각보다 쉽다"며 모든 연령대를 위한 프리미엄 라면 네 가지를 뚝딱 만들어줬다.
글=이상은 기자 < coolj8joongang.co.kr >
사진=김성룡 기자 < xdragonjoongang.co.kr >
1 어린이를 위한 볶음라면 ●빅마마 한마디 아이는 볶음 요리를 좋아해요. 고추장과 설탕을 넣고 볶으면 매콤하고 달콤해 더 좋아하죠. 엄마는 아이가 라면을 좋아한다고 그냥 끓여주지 말고 영양까지 고려해주세요. 라면도 영양식이 될 수 있어요. 파프리카엔 비타민C가 풍부하고 돼지고기엔 단백질이 많죠.
청경채는 볶아도 흐트러지지 않는 채소고요."
●재료 돼지고기 목살 50g, 라면 1개, 청경채 5장, 파프리카 1개, 식용유 2큰술, 고추장 1큰술, 설탕 1큰술.
1 돼지고기와 피망은 얇게 썰고 청경채는 깨끗이 씻는다.
2 프라이팬에 돼지고기를 볶다 반 정도 익으면 청경채·파프리카·고추장·설탕을 넣고 볶는다.
3 삶아서 물기 뺀 라면을 접시에 담는다. 볶은 돼지고기와 피망, 청경채는 라면 옆에 담고 비벼 먹는다.
●맛보고 한마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맛이다. 수프가 안 들어갔는데도 중독성이 있다. 비벼서 먹으니까 먹는 재미도 있다.
2 싱글족을 위한 비엔나 소시지라면 ●빅마마 한마디 자취하는 싱글족의 냉장고에 비엔나 소시지는 흔하잖아요. 소시지로 기분을 내고 양배추로 섬유질을 보완했어요. 라면에 가장 부족한 게 섬유질이거든요. 수프는 2/3만 넣고 다시마를 두 장 넣으세요. 짠맛도 나면서 다시마 속 글루타민산이 수프의 나트륨을 억제해줘요. 수란은 생각보다 만들기 쉬워요. 라면은 왠지 서글픈데 수란 하나만 얹어도 고급스러워서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요.
●재료 라면 1개, 양배추 잎 2장, 비엔나 소시지 한 줌, 달걀 1개, 다시마 2장, 수프 2/3개, 물 2컵 반.
1 양배추는 채 썰고 소시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놓는다.
2 물에 식초 한 큰술을 넣고 끓인다. 달걀 1개를 깨서 국자에 담아 끓는 물에 넣고 3분간 익혀 수란을 만든다.
3 다시마를 끓인 물에 양배추·소시지·라면·수프를 넣고 3분 동안 끓인다. 수란을 얹는다.
●맛보고 한마디 냉장고에 흔한 비엔나 소시지와 달걀을 이용해 앙증맞고 귀여운 라면이 탄생했다. 수란은 만드는 과정이 의외로 쉬우면서 모양은 고급스러워 정말 라면 하나로도 대접받는 느낌이 났다.
3 아빠를 위한 꽃게해장라면 ●빅마마 한마디 술 마시면 국물 생각나죠? 다른 해물 안 넣고 꽃게 한 마리만 넣어도 국물 맛이 확 달라져요. 냉동 꽃게도 국물 내는 데는 충분해요. 꽃게는 칼슘이 풍부해서 라면에 부족한 칼슘을 보충해줘요. 해장라면만큼은 얼큰한 맛을 내기 위해 수프를 다 넣었어요. 고춧가루까지 넣어 뻘뻘 땀 흘리며 먹을 수 있는 매운맛을 냈죠."
●재료 라면 1개, 꽃게 1마리, 무 1/5개, 콩나물 두 줌,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수프 1개, 물 세 컵.
1 냄비에 무와 물을 넣고 끓인다.
2 육수가 끓으면 꽃게를 넣고 강한 불에서 끓인다. 한번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5분 정도 더 끓여준다.
3 육수에 면·콩나물·고춧가루를 넣고 3분 끓인다.
●맛보고 한마디 처음엔 '꽃게는 사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라면에서 꽃게탕 국물 맛이 났다. 꽃게 하나만으로 라면 맛이 확 달라진다면 냉동 꽃게 한 마리쯤은 아깝지 않겠다.
4 어르신을 위한 된장라면 ●빅마마 한마디 요즘 혼자 사는 어르신이 라면을 많이 드시잖아요. 몸에 좋은 된장으로 라면을 끓일 수 있어요. 수프는 아예 안 넣고 된장만 넣어요. 맛이 담백해 어르신이 좋아하세요. 무는 소화를 돕고, 된장은 살균 기능이 있어요. 고기는 기름기가 적고 값도 싼 목살이 좋겠네요.
●재료 무 1/5개, 당근 1/3개, 된장 3큰술, 돼지고기 목살 50g, 청주 1큰술, 조미술 1큰술, 물 2컵 반.
1 냄비에 물이 끓을 때 청주를 넣는다. 무를 넣고 된장을 푼 뒤 뚜껑을 덮고 2분 더 끓인다.
2 큼직큼직하게 썬 돼지고기를 넣은 뒤 뚜껑을 덮고 익을 때까지 끓인다.
3 조미술과 라면을 넣고 3분 더 끓인다.
●맛보고 한마디 일본 미소라멘이나 돈코쓰라멘 부럽지 않은 한국식 된장라면이다. 된장 하나로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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