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중간맛, 고형) 50g, 감자 2개, 양파 1개, 당근 1/3개, 완두콩 1C, 양송이버섯 6개, 페퍼론치노 4개, 버터 1T, 오일 1T, 물 4C, 로즈마리 4줄기, 후춧가루 약간, 밥 4공기
한그릇요리의 가장 대표적인것을 꼽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카레일것이다.
요즘은 정통 인도식 카레를 즐기는 사람도 많고 각종 향신료를 구하기 쉬워 집에서도 가끔 인도식 카레를 만들지만
급하게 식사준비를 해야 하거나 만사 귀찮은날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식 카레가 제일 만만하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야채만 넣어 만드는 야채카레를 자주 먹는데
따로 장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집에 남아있는 재료만으로 충분히 맛있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메뉴지만 몇번의 실패끝에 완성한 이 조리법은 사소한 것이 맛의 차이를 가져다준다는것을 내게 일깨워주었다.
1. 감자는 사방 2cm의 크기로 깍뚝썰기하여 찬물에 담가 녹말기를 없애고 양파도 감자와 비슷한 크기로 깍뚝썰기 한다.
2. 당근은 완두콩과 비슷한 크기가 되도록 사방 1cm의 크기로 깍뚝썰기
하고 양송이버섯은 꼭지를 떼고 부채꼴모양으로 6등분한다.
3. 로즈마리는 곱게 다진다.
4. 냄비에 물을 넣고 감자, 당근, 완두콩을 넣어 3분간 삶은 후 건져 체에 밭쳐두고 만들어진 야채육수는 버리지 않고 보관한다.
5. 냄비에 오일의 1/2을 두르고 양파를 볶아 투명해지면 건져 볼에 담는다.
6. 양파를 볶은 냄비에 버터와 남은 오일을 두르고 삶은 야채(감자, 당근, 완두콩)를 넣어 겉이 익도록 볶는다.
7. 보관해둔 야채육수와 페퍼론치노를 넣고 끓어오르면 불을 끈 후 재료가 가라앉으면 카레를 넣어 녹인다.
8. 카레를 녹인 국물 1C을 양파를 담아놓은 볼에 넣고 핸드믹서로 곱게 갈아 다시 카레 냄비에 넣고 한번 더 끓인다.
9. 마지막에 다져놓은 로즈마리를 넣고 밥과 함께 접시에 담는다.
g y u l 's note
1. 카레를 넣을 때에는 반드시 불을 끄고 넣는다.
대부분 카레포장 뒷면의 조리방법에 불을 끄고 넣으라는 문구가 있지만 제대로 읽는사람은 몇 없는것같다.
(나역시 꼼꼼하게 챙겨 읽지않았기 때문에 조금 창피하지만…^^)
불을 켠 채로 카레를 넣으면 카레가 부드럽게 풀어지지 않고 덩어리가 되어버리므로
반드시 불을 끄고 끓던 재료가 가라앉았을때 카레를 넣어 부드럽게 녹도록 해야한다.
2. 감자는 반드시 찬물에 담갔다 사용한다.
감자를 곱게 채썰어 볶는 감자채볶음 반찬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한번쯤 경험했을 일이다.
곱게 채썬것이무색할정도로 감자들끼리 들러붙어버리고 "망쳤어…"라고 말해본 적이 분명히 있을것이다.
나역시 만들줄 아는 반찬이 거의 없었을때 쉬워보인다는 이유로 감자채볶음을 만들었다가 거의 감자 떡을 만든 경험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전분이었다.
감자를 썰다보면 수분과 함께 하얗게 묻어나는 전분을 볼수 있는데
이것이 감자 자체의 수분과 엉겨붙어있다가 익으면서 서로 달라붙어 진득진득해지는것이다
보통 탕수육 소스를 만들때 전분을 물에개어 넣는데 원래의 탕수육소스는 매우 묽은것이지만
이 전분이 들어가면서 우리가 아는 되직한 소스가 되는것이다.
이처럼 전분은 수분과 만났을때 매우 찰기기 때문에 깔끔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에 담가 전분을 제거하고 사용하는것이 좋다. 게다가 감자가 훨씬 아삭해지고 조리하는 동안 쉽게 부서지지도 않는다.
3. 단맛은 양파로 충분하다.
완성된 상태에서 다른 야채들은 모두 덩어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양파는 갈아 넣기 때문에 형태를 볼수 없다.
양파를 갈아서 넣는 이유는 두가지인데
첫번째는 다른 야채에 비해 완전히 익으면 흐믈흐믈해져 지저분해 보이고 씹는맛도 덜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달콤한 맛을 훨씬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이다.
양파는 익을수록 단맛이 많이 나기 때문에 넉넉히 넣어주면 따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콤한 맛을 낼수 있는데
이것을 갈았을때 훨씬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일본카레는 대부분 양파와 야채를 갈아 곱고 부드럽게 만들고
마지막에 단맛을 위해 설탕을 조금더 첨가한다고 한다.
설탕이 몸에 해롭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만들면 양파를 갈지 않고 넣었을때와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크기를 달리하면 눈이 즐겁다.
색이 진하지 않은 감자는 조금 크게, 딱딱하면서 색이 진한 당근은 조금 작게 크기와 모양을 다르게 하면
각각 씹는맛도 다르고 보기도 재미있는데 아이들이 먹을때는 전반적으로 조금 작은 크기로 해야 먹을때 편할것이다.
또한 편식하는 재료가 있다면 양파와 함께 갈아서 넣어 보이지 않게 하여 먹이고 맛이 익숙해지면 크기를 조금씩 키우고
함께 먹을 밥은 보리를 섞어 만들면 통통한 보리를 씹는맛까지 더해져 먹는 동안 입안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다른반찬을 잔뜩 늘어놓지 않아도 카레는 밥한그릇 맛나게 먹기 딱 좋지만
그래도 한그릇 먹는 시간을 입뿐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하려면 이런 방법이 좋지 않을까?
적어도 그저 의미없이 완성된 요리위에 뭔가 장식하기 위해 올리는 쓸데없는 야채보다는 훨씬 멋진 장식이 될수 있을것이다.
된장찌개에 무순같은걸 올리는 사람들이 가끔 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