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로 당분간 군산에서 지내게 될 듯 하다.
군산에서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고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저녁 운동을 가시는 옆집 아주머니 아저씨의 늘어난 주름살도 보이고
오래된 아빠의 안경테도 보이고
중학교 입학하면서 용돈 모아서 샀던..태백산맥 아리랑 소설책도 보이고
나란히 서서 손때 자랑하는 국어사전 영어사전도 보이고
창문 밖으로 푸르게푸르게 자라고 있는 논밭도 보이고
어제도 그제도 봐왔던 사람처럼, 바로 전까지 썼던 물건처럼, 그래왔고 늘상 봐왔던 풍경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앞으로 얼마간 군산에 머물기로 한 것을 마음이 먼저 알아버렸나보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고향집은 내게 생각 속의 집이 되어갔다.
언제나 따뜻하고 그리운 엄마가 있고 자라온 무엇이 있는 향수 속의 공간,
그러나 하루 이틀 그저 여행하듯이 들렀다 가는 이 곳은
내게 더 이상의 것은 주지 않았다.
잠을 자도 내 자취방에 돌아가 자는 잠이 더 깊은 잠이었던 것은
'생활'로서 고향집이 멀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남부지방에 가뭄이 많이 해소 되었다.
군산에도 전국 최고 강수량이 내려 많은 사람이 기뻐하고 있다.
모두가 농사를 짓고 사는 것도 아닌데 가뭄중에 비가 내리면 좋아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는 것 많으로도 행복하다.
이 장마가 지나고 나면 더 초록으로 물들 산과 들을 바라보니 참 기쁘다.
오늘은 그 초록이 특히나 좋게 느껴져서 진한 초록빛 녹차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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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파운드 케이크 (파운드틀 小1개 + 낮은 머핀틀 3개 분량)
재료 박력분 105g, 녹차가루 5g, 버터 110g, 달걀 110g(2개), 설탕 80g, 트리몰린(물엿) 1큰술,
베이킹파우더 2.5g, 소금 0.5g, 생크림 10g, 우유 10g, 바닐라 오일 2-3방울,
약간의 광택제(나빠쥬나 미로와 등), 캐슈넛 6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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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크림 넣는게 부드럽지만 없으면 생략하시고 우유로 대체해서 넣으세요.
우유의 양은 반죽의 되기를 봐가며 가감하셔야 합니다. ^^
+ 원래 파운드케이크의 유래대로 하자면 설탕량이 80g이 아니라 110g이어야 하는데요,
그렇게 하면 제과점 파운드케이크만큼 단맛이 강한 케이크가 됩니다.
설탕량만 살짝 조절했어요~ 이 정도 넣어도 충분히 달콤합니다.
+ 버터와 설탕, 계란을 섞어 크림화 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절대 달걀이 순두부처럼 분리되지 않아야 하고 설탕도 거의 입자가 안 보이도록 부드러운 상태여야 해요.
분리 되어도 파운드케이크가 만들어지긴 하지만
이렇듯 부드러운 상태여야 파운드가 구워져 나왔을 때 촉촉 폭신해요.
+ 광택제가 없으시면 과일쨈(색과 향기 강하지 않은 살구쨈이나 복숭아쨈 등)100g에
물엿 10g, 물 10g, 화이트와인 5g을 섞어 끓인 다음, 체에 건더기를 걸러내서 사용하세요.
+ 녹차가루의 양, 취향에 따라 가감하세요. 저는 녹차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
베이킹파우더, 녹차가루, 박력분은 두 번 이상 체쳐서 준비한다.
달걀과 버터, 모든 액체류는 실온에 꺼내어 둔다.
캐슈넛은 굵게 다져놓고 실온에 둔 버터를 가볍게 풀어 마요네즈처럼 만든다.
버터에 설탕과 소금을 넣고 부풀어오르도록 힘있게 저어주다가 트리몰린(물엿)을 넣고 섞는다.
달걀은 역시 2-3번에 나누어 넣어가며 분리되지 않도록 젓는다. 부드러운 미색 크림이 되어야 한다.
여기 생크림을 섞고....
체친 가루류를 넣어 가르듯이 섞다가 우유로 질기를 조절한다.
토핑용 캐슈넛을 약간만 남기고 나머니 캐슈넛을 넣어 가볍게 가르듯이 반죽하고
파운드 틀에 넣고 가운데를 오목하게 한 다음 나머니 캐슈넛을 올린다.
165-17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5-40분간,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묻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굽는다.
중간에 꺼내어 오일묻힌 칼로 가운데를 가르면 더욱 예쁘게 터진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반죽이 남아 작은 컵에 구운 것들... 20분 정도 구웠다.
초록이 정말 예쁜 녹차 파운드^-^
쌉싸름한 녹차의 맛과 향에 파운드의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함이 어우러진다.
여기에 캐슈넛의 고소함까지~
가볍게 스티커 붙이고 리본만 묶어도 멋진 선물이 된다.
이 집 저 집 나누고 나니 온통 평화가 찾아와서 마음까지 초록빛이다.
가뭄해갈 빗소리에 농사 안 지어도 기뻐 할 줄 아는 고향 사람들의 마음이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이 초록빛 평화가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