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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가을장어가 으뜸입니다"

글쓴이: 가루  |  날짜: 2013-11-20 조회: 3197
http://cook.ancamera.co.kr/view.php?category=TUAYJQ%3D%3D&num=FRtMdxs%3D&page=60   복사

인간과 장어의 지난(至難)한 삶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우나기(1997)'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탈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만 영화는 소박하다. 평범한 직장인 야마시타(아쿠쇼 코지)는 아내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 아내를 살해한다. 곧바로 경찰에 자수한 야마시타는 8년간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가석방으로 출옥한다. 그는 치바현 외딴 강가에서 이발소를 차리고 교도소에서 키운 우나기(장어)와 늘 대화를 한다. 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했던 터라 사람보다는 우나기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생물체인 우나기와의 독백을 통해 사람 간 소통을 회피한다.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가을장어가 으뜸입니다"

↑ [조선닷컴]영화 '우나기'의 한 장면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가을장어가 으뜸입니다"

↑ [조선닷컴]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가을장어가 으뜸입니다"

↑ [조선닷컴]장어와 원산지표시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가을장어가 으뜸입니다"

↑ [조선닷컴]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가을장어가 으뜸입니다"

↑ [조선닷컴]

장어는 민물고기지만 강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고 성어가 되면 적도 부근의 깊은 바다까지 간다.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태어난 장어 치어들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 장어들이 살던 강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장어들이 죽는다. 사람이나 장어나 그런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존하고 성장한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그 다음 영화 '간장선생'에서도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시선으로 평범한 사람의 소박한 삶에 대한 관조를 이야기한다.

누가 먹어도 좋은 가을장어의 맛
얼마 전 주말 맛집 애호가 지인들과 대전, 충남 홍성을 다녀왔다. 당일 코스라 일정이 빡빡했지만 주말에 쉬는 것을 포기하고 아침 일찍 떠난 이유는 전적으로 장어 때문이다. 가을장어가 맛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믿고 무작정 떠났다.

산란하기 위해 강을 거쳐 바다로 가는 가을장어가 맛이나 영양소 면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가을장어에는 몸에 영양소가 한껏 축적되어 있는데 한 번 나가면 필리핀 인근의 바닷가까지 헤엄쳐서 나간다고 한다. 이 몇 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헤엄을 칠만큼 스태미나가 뛰어나다. 암컷 한 마리가 수백만~천만 이상의 알을 낳는데 새끼 때 거의 천적에게 잡아 먹히고 살아남은 장어만 다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이 생명력 넘치는 가을장어의 맛을 직접 경험하기로 한 것이다.

가을장어를 찾아간 곳은 대전 유성 인근에 있는 장어 전문점 <임진강>이다. <임진강> 대표인 박근혜 씨는 현직 대통령과 동명이인이다. 젊은 시절 대기업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박씨는 중년이 다 된 지금도 청초한 소녀의 미모를 보유하고 있다. 박 씨는 외모와 걸맞게 식재료도 항상 좋은 것, 반듯한 것만 사용한다는 원칙과 고집을 지킨다.
우리 일행은 우선 한방장어소금구이(1판 6만2000원)부터 먹었다. 우선 숯불이 좋다. 보기 드물게 국내산 참숯으로 굽는다. 깔끔하게 손질한 장어를 숯불에 올려놓았다. 숙련된 종업원이 잘 구워준 덕분에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알맞게 익어 먹기 좋았다. 필자는 원래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양질의 숯으로 구운 장어는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일행 중 아직 미혼인 30대 초반의 여성도 항상 다이어트를 외치지만 이날만큼은 장어를 정말 잘 먹었다.

갓김치와 파김치, 각종 장아찌 등으로 깔끔하게 구성한 밑반찬이 장어구이와 잘 맞는다. 장어는 차가운 성질로 가급적 열성 식품과 궁합을 맞춰야 한다. 소금이나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고 장아찌 등을 곁들여 먹으면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서울 지역에 비해 가격이 20% 정도 저렴하다고 해도 장어는 비싼 음식이다. 특히 비타민A가 풍부한 장어는 보양식이기도 하지만 성장기 아이들의 면역력에도 좋은 먹을거리다. 업주가 직접 담근 복분자주까지 마시니 낮술이지만 제법 운치가 있다.

다음에 주문한 음식은 산더덕장어구이(1인분 3만1000원)다. 더덕과 장어는 최적의 웰빙 음식 조합이다. 산더덕장어구이도 소금구이 못지않게 맛있다. 장어구이를 먹으면서 영화 우나기 이야기를 했더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본지 10년이 훌쩍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참에 다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먹은 것은 간장양념장어구이(1인분 2만8000원)다. 장어구이의 기본이다. 일본 사람들은 장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가장 선호하는 장어구이가 바로 간장 베이스를 사용한 것이다. 데리야키풍의 장어구이는 살짝 달았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솜씨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본에서는 약 500~1000엔 정도면 우나기동((うなぎ丼, 장어덮밥)을 먹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파스타도 일본에서는 1만 원 이하 가격으로 꽤 괜찮은 수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 한식을 제외하고는 음식 가격이 대체로 비싸다. 얼마 전 일본 유명 유기농 콘셉트의 이자카야를 한국의 외식 기업에서 그대로 도입했는데 가격이 일본보다 훨씬 높았다. 그 유기농 콘셉트 이자카야의 부담 없는 가격은 수입이 안 된 것 같다. 외식업에 종사해서 원천적인 문제점은 알지만 그래도 소비자 견해에서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다.

장어는 원가 자체가 비싸 식당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아이템이다. 어떤 연유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풍성하고 저렴한 음식 먹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부담 없는 비용에 식재료를 풍부하게 넣은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이 필자 같은 서민파 식도락가의 로망이다.
하여튼 이날은 정말 큰 맘 먹고 일행 6명 모두 장어구이로 오래간만에 포식을 했다. 누군가는 여기까지 온 것이 후회되지 않는다는 덕담도 한다. 가을장어를 먹은 일행은 힘차게 다음 일정을 향해 달렸다.
<임진강> 대전 유성구 장대동 331-8 (042)825-9200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blog.naver.com/tabula9548)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외식업 컨설팅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맛집'은 대부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콘텐츠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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