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끼리 둘러앉은 식탁을 어떻게 근사하게 차려볼까. 그녀는 일단 한식 밥상에는 센터피스가 도무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식문화는 중앙에 음식을 모아놓고 집어 먹는 형식이라 중앙에 ‘덩어리 꽃’을 놓을 공간이 없고, 현실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음식 준비에 꽃 준비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식탁에 꽃을 두고 싶다면 몇 송이만 컵에 꽂아 가볍게 놓거나 본격적인 센터피스라면 차라리 테이블 한쪽으로 밀어 놓을 것을 권한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시크하다는 옴 호텔(Hotel Omm)에 갔을 때 레스토랑 무(Moo)에서는 센터피스로 흔한 꽃 장식 대신 조각 오브제와 돌멩이를 놓았다며 차라리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쌈 야채를 꽃 삼아 놓으면 싱그럽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오직 저녁을 위한 큰 접시 사진처럼 스페인의 마르케스 데 리스칼 호텔에서 내놓은 간단한 음식을 예로 들지 않아도 큰 접시를 캔버스 삼아 소스를 뿌리면 별것 아닌 음식도 멋진 요리가 된다. 이런 솜씨를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케이크 한 조각을 사이즈가 꼭 맞는 작은 접시 대신 큰 접시에 담아 낸다. 케이크를 놓은 곳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이 모두 비어 있다고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비우는 것이 오히려 트렌드이고, 어설프게 채운 것보다 스타일리시하다.
꽃, 촛대를 대신할 센터피스 센터피스로 꽃이나 촛대를 놓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테이블 세팅이 만만해진다. 쌈 야채를 컵에 담아 올리는 것만으로도 식탁은 충분히 생기를 찾는다. 꽃 대신 집에 있는 소품, 심지어 돌멩이 몇 개를 올려도 내추럴한 데코가 된다.
크거나 멋지거나, 접시의 선택
이정화 씨는 스테이크를 내지 않더라도 아침 식탁에 커다란 메인 접시를 올린다. 빵 한 조각을 올려도 접시가 크면 그럴듯해 보이는데다 세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아이들에게 큰 접시를 주면 식빵, 베이컨, 달걀 프라이를 자기 맘대로 구성하느라 재미있어한다고 말한다. 조촐한 메뉴일수록 오히려 큰 접시를 쓰라는 것은 실제로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의 단골 조언이다. 이보다 더 쉽고 확실하게 멋진 식탁을 꾸미는 법은 그림이 있는 접시를 사용하는 것. 이번에도 바르셀로나 옴 호텔의 예, 아트에 관심이 많은 오너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영화·음악·미술·건축 분야의 아티스트들에게 테이블웨어 디자인을 맡겼다고 한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수십 개의 접시는 갖가지 드로잉에, 캘리그래피에, 시가 쓰여 있는 것도 있다. 이런 접시가 올려진 테이블은 테이블클로스나 센터피스가 없어도, 심지어 음식이 없어도 신나는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차 한 잔을 오히려 거하게! 파리의 파티큘리에 호텔(Hotel Particulier)에 갔을 때 호텔에서 내온 티 트레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고작 커피 한 잔 내오는데 화이트 리넨에 꽃, 은수저, 패브릭 냅킨까지! 이 호텔이 클래식한 곳이 아니었으니 당황스러웠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뭔가 확실하게 대접 받는 기분이었다. 격식을 갖춰 디너 테이블을 차리기는 어렵지만 티 테이블에 리넨 매트와 실버 스푼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음식 솜씨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센스를 발휘해 감동을 선사해볼 만하다.
그림 있는 접시만으로도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무늬가 화려한 것을 넘어 그림, 실사 프린트 등을 이용한 작가주의적 접시들이 눈에 많이 띈다. 평소 벽에 장식으로 걸었던 접시를 꺼내 식탁에 올린다. 4인용 식탁에 4가지의 각기 다른 접시를 올리는 것만으로 볼거리가 된다. 단, 접시들의 톤은 맞춰야 어수선하지 않다. 사진은 바르셀로나 옴 호텔 레스토랑. 접시마다 각각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서빙 아이디어로 식탁을 환기
식판 또는 테이크아웃 용기를 이용하거나 서빙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식사 시간을 즐겁게 한다. 프랑크푸르트의 골드만 25시 호텔(Goldman 25Hours)은 아침 메뉴로 알프스풍과 그리스풍 두 가지를 준비해 식판에 세트로 담아준다. 기내식의 건강 메뉴 버전인 셈인데, 집에서 늘 먹던 메뉴에 식판을 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 니스의 고급 부티크 호텔인 하이 호텔(Hi Hotel)은 누구나 셀프로 식사를 챙겨 먹도록 한다. 토스터, 크루아상을 비롯한 각종 곡물빵들, 스프레드, 야채, 드레싱을 늘어놓고 냉장고에는 다양한 음료들을 가득 채워놓았다. 하이 호텔에 묵는 셀럽들도 예외가 아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당황스러워하던 그들은 스스로 뭔가 해보는 재미에 빠져 점점 셀프 식사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식판이나 런치 박스로, Have Fun! 만날 먹는 국, 밥, 밑반찬이라도 식판에 담아 먹으면 색다른 기분. 하이 호텔에서는 테이크아웃 레스토랑이 아닌데도 일회용 도시락에 음식을 담아 서빙하는데, 집에서도 이런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아서 정원이나 집 앞 공원에 들고 나가 먹으면 이벤트가 된다. 아이들에게 방으로 배달해줘도 무척 재미있어한다.
셀프 서비스 주방공간 아침 먹는 시간이 제각각인 가족을 위해 셀프 서비스 식사를 준비하면 어떨까. 빵, 버터나이프, 스프레드, 손질한 야채, 드레싱, 음료 등의 먹을거리와 식탁 또는 조리대 위에 토스터, 접시, 컵, 커트러리, 냅킨을 쓰기 쉬운 시스템으로 준비해두면 엄마도 자신의 스케줄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이정화의 라이프스타일 제안
부티크 호텔의 매력에 반한 그녀는 디자인 호텔부터 트렌디한 인테리어의 고성 호텔 등 디자인과 문화적 감수성이 느껴지는 유럽의 호텔들을 투어 중이다. 콘셉추얼한 스타일링을 보여줬던 그녀가 호텔에서 힌트 얻은 라이프스타일을 지면을 통해 감각적으로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