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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악을 즐기기 좋은 곳 |
글쓴이: 완두콩 | 날짜: 2008-12-12 |
조회: 2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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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ancamera.co.kr/view.php?category=REgKL1Yq&num=EhhMeRI%3D&page=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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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오픈하고 나서 명성으로만 들었던 와인들을 마셔봤어요. 보르도 와인 가운데 1등급에 속하는 샤또 라피뜨 로쉴드라는 건데, 2001년이니 썩 훌륭하다곤 할 수 없는 빈티지에 속하죠. 한 잔을 마셨습니다. <신의 물방울>에선 고성과 숲이 등장하면서 나비 두 마리가 날아다닌다더니, 그런 건 하나도 안 보이고 음반사에 다니던 무렵이 떠오르더군요. 일에 미쳐 있던 30대 초반이었죠. 인적 없는 새벽 골목길, 파김치가 되어 어두운 방에 고꾸라지던 내 모습.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때 음악이 흘렀다면 ‘뚝뚝’이겠죠. 아르메니아 음악인데 제목도 ‘아, 어머니가 이 소리를 듣지 마시길’이에요.”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황우창 사장이 2001년 산 라피뜨를 꺼내 들며 말했다. 빈티지가 가장 약했던 2001년 산은 결핍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와 동시에 턴테이블에서는 음악이 흘렀다. “모든 고통들과 함께 나의 눈물은 흘러 짠 바다가 되고 그리고 난 여기서 바위에 내 머리를 찧는다. 아, 내 어머니가 이 소리를 절대 듣지 마시길.” 정신 없이 살던 그때와 달리 지금 그는 1천여 장이 넘는 LP가 진열된 와인 바의 사장이다. 이곳 ‘AZUL’에는 그가 82년 세운상가에서 2천8백원을 주고 처음 샀다는 LP도 있고, 팝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재킷 디자인으로 꼽히는 70년대 록밴드 예스의 음반도 보인다. 그야말로 음악과 와인의 역사와 한 남자의 인생이 함께 흘러가는 셈이다. “10대 시절은 막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죠. 이건 칠레 와인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칠레 와인부터 시작하니까. 몬테스 알파일 수도 있고, 빌라인이거나 까르멘일지도 모르죠. 그러다 연애를 시작하면 빌라 엠 로소 정도 되지 않을까요? 달달한 스파클링 와인의 맛. 이때엔 록 뮤직이죠.” 그는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와인과 그 시절의 BGM을 들려줬다. 20대는 크루 부르주아급의 묵직한 보르도 와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와인이 뭔지 나는 모르겠고, 세상의 모든 고행은 다 짊어진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까 숙성은 더 되어야 하는 코스테스 투르넬 정도가 좋겠네요. 프로그레시브 록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땐 클래식에도 미쳤을 때죠.” 30대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 가는 부르고뉴와 같다. “로마네꽁띠까지는 아니지만 르로아 정도? 쥬브레 샹베르땡 르로아가 좋겠네요. 장미와 백합 향이 올라오거든요.” 이 시기엔 월드 뮤직. 월드 뮤직은 와인처럼 음악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상징한다. 시간이 더 흐르면 라피뜨처럼, ‘대단하다’는 아니지만,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대부분의 생이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월드 뮤직이 흐르는 이곳에서 그들 각자의 인생을 들이키는 건지도 모른다. 문의 (02)322-96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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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카페 거리에는 7년째 한결 같은 모습으로 문을 여는 와인 바 ‘크로스비’가 있다. 3백50종의 와인이 빽빽한 벽면에는 2천여 장의 LP와 7백 장의 CD도 보인다. 1920년대의 스윙 에이지 시대를 사랑하는 김옥재 사장은 매달 회현동 지하상가에서 30~40장의 음반을 새로 사다 꽂아 둔다. 가게 이름도 전설적인 스탠더드 팝 싱어, 빙 크로스비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요즘처럼 뜨거운 여름의 태양과 서늘한 가을의 공기가 공존하는 계절에 어울리는 와인과 음악을 추천했다. “B&G 스파클링 샤르도네에는 빙 크로스비의 ‘my favorite hawaiian song’이 어떨까요? 샴페인에 비해 보디는 조금 빈약하고 금세 사그라 드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청량감 면에서는 만족할 만합니다. 여기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빙 크로스비의 음색과 한가로운 멜로디가 더해진다면, 마음까지 편안해질 거예요. 뒤늦게라도 여름의 흔적을 찾고 싶다면, 산딸기 향이 가득한 코폴라의 다이아몬드 레드 진판델 2005년산이 좋겠네요. 영화감독 프란시스 코폴라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주이시하지만 지나치게 달착지근하지 않아 산뜻하죠. 오스 인디오스 타바야라스의 기타 연주와 함께라면 더 어울릴 것 같군요.” 프랑스 소테른 지방의 디저트 와인 중 하나인 2003년산 카르메스 디 리외섹 역시 늦여름의 달콤함과 어울리는 와인. 비교적 최근에 나온 클레망틴의 음반처럼 부담 없는 샹송이라면 와인의 맛을 더해줄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로맨틱한 와인을 원하는 사람에겐 프로방스의 로제와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도멘느 오뜨 방돌 로제.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라고까지 불리는 와인이죠. 조금 어려운 타입일 수도 있지만, 미세한 떨림이 끝없이 이어지는데다 컬러까지 무척 로맨틱해요. 루빈스타인이 연주하는, 과하지 않게 로맨틱한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이 흐른다면 훌륭한 조합이 될 것 같아요. 커플링 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느껴질 거고요. 이 계절의 간격을 느끼기엔 제격이죠.” 6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와인 중 하나이지만, 부르고뉴 전설의 빈티지 1978년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프랑스적인 샹볼뮈지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샹볼에는 가장 프랑스적이며 섬세하고 고혹적인 반클라이번이 연주하는 드뷔시를 추천해요. 전설을 음미하는, 그 진지한 시음의 순간을 도와줄 테니까요.” 문의 (02)576-7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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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사업가 심준현이 운영하는 ‘PASON’은 원래 음반사였다. 명동의 음반사가 와인 바로 바뀌면서 삼청동으로 이전해온 것. 그는 뮤지션 자체를 와인으로 설명할 줄 안다. “브람스는 완벽주의자였어요. 숱하게 고쳐 쓰지만, 그럼에도 베토벤의 아류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이 사람의 딜레마죠. 1번 교향곡 같은 경우에도 10년이나 걸렸다는데, 그 전신이 베토벤 9번 교향곡이었다는 평가를 받거든요. 그러니 10년 동안 병에서 익히는 보르도 와인에 비견될 수 있겠네요. 인고의 시간을 참아낸 잘 익은 와인의 부드러운 맛과 향.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는 부르고뉴의 그랑프리 와인처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가 열거하는 아티스트는 클래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즈의 3대 보컬 중 하나인 엘라핏츠제랄드는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토스카나 와인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그 허심탄회한 목소리는 치장하지 않은 유럽 와인과 어울려요. 친구들과 편하게 즐기는 느낌. 반대로 끈적한 빌리 할러데이 같은 경우는 꼭 아르헨티나 와인 같거든요. 심수봉은 꼬뜨 뒤 론 와인이죠. 시큼털털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역사성 있고, 화사한 과일 맛과 꽃향기, 또 은근히 긴 피니시 감까지 갖추고 있거든요.” 실제로 꼬뜨 뒤 론은 프랑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마시는 와인이다. 프랑스 접경 지역의 스위스에서도 식사 시간마다 꼬뜨 뒤 론이 올라온다고 한다. 제3세계 와인처럼 센세이셔널 하진 않지만 대중적이고, 고급스럽진 않아도 1백 년 전 이 테이블에 앉았던 유명 인사도 바로 이 잔에 그 술을 마셨을 것 같은 느낌! 심수봉의 목소리와 관록, 그 음악이 주는 편안함을 생각하면 더 없이 그럴 듯하다. ‘PASON’을 찾은 사람들은 그래서 김상진의 노래에 주저앉고 백발의 프랑스 노인은 알랭 드롱과 달리다가 함께 부른 ‘paroles paroles’ 한 소절에 ‘한 병 더’를 외친다. 적당히 취한 밤, 그 시절의 뮤지션과 함께 그때를 회상하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문의 (02)734-2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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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내용은 <보그> 2008년 9월호에서 확인하세요! - 에디터 / 이미혜 - 포토 / an ji sup, choi min seok, choi mi kyung - 출처 / www.vogue.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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