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면이라는 음식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면이라는 음식이 이렇게도 사랑받는지... 사람들의 입맛은 예전부터 세계 공통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평범했지만 지금은 귀한 전통이 되어버린 수타면은 아시아만 해도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수타면 맛집을 찾아가 본다. 수타면. 손으로 때려서 면을 만든다는 뜻으로 핸드메이드 면을 이용한 것을 의미한다. 수타 하면 중국집의 유리벽 안에서 줄넘기 줄을 돌리는 것처럼 반죽을 치면 마법처럼 가닥이 늘어나는 장면이 퍼뜩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중화요리에서 볼 수 있는 일부의 기술로 자장면에서도, 일본의 우동에서도, 한국의 국수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수타의 기술을 이어왔다. 면을 만드는 가장 큰 재료는 밀가루, 물, 소금이다. 이 3가지의 재료의 신선도와 비율이 그 식당의 생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죽은 계절과 날씨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는 미지근한 물을 이용하여 반죽을 하며,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점점 물의 온도를 따뜻하게 맞춘다. 전통 있는 집일수록 물에 온도와 비율에 대한 정확한 이론보다는 면을 뽑는 장인의 감에 맞춰서 만들기 때문에 같은 요리라도 그 맛과 식감이 틀리다. 여름철은 면을 뽑는 사람들이 가장 고생하는 계절. 체력적으로도 큰 힘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더운 날씨가 힘들고, 반죽에도 영향을 미쳐 반죽이 뚝뚝 끊어지거나 잘 늘어나지 않는 등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과 밀가루의 비율만으로 어쩔 수 없을 때에는 소금의 양을 점점 늘려가면서 면의 끈기를 조절한다. 면은 가장 대중적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이지만 의외로 매우 민감한 음식이다. 반죽이 끝났으면 이제 한중일 나라별로 만드는 방법이 갈라진다. 中國 중국집 안에서 수타 장인이 몇 번 손을 흔들며 실타래 같은 면을 만들어 내는 장면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이렇게 면을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술자가 많이 사라져 귀하신 몸이 되었다. 방법은 이렇다. 첫째, 반죽을 덜어서 양쪽 끝을 잡고 두드리면서 탄력이 생기게 한다. 그런 다음 반죽을 돌리며 4번, 많게는 8번까지의 꽈배기를 꼰다. 기술의 포인트는 굵기 맞추기. 이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수 백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오는, 그야말로 몸으로 익힌 기술이다. 굵기 조절이 끝나면 작업의 무한 반복. 2가닥이 4가닥으로, 4가닥이 8가닥으로 점점 늘어가다가 찰랑찰랑한 200여 가닥으로 금세 늘어난다. 예전 수타 장인들은 면의 굵기가 일정하여 기계로 뽑은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는데 최근 수타 맛집의 수타면들은 굵기가 제각각이다. 이는 최근 식당의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굵고 삐뚤삐뚤한 면을 손님들이 수타면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수타 손 짜장 교보타워 사거리 근처에 있는 고집불통 중국집. 좁은 공간이지만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비는 명소다.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먹을 만큼 좁지만 면을 뽑는 공간만큼은 널찍하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면을 쳐서 만들기 때문에 조리 시간은 일반 중국집 보다 긴 편. 양파와 고기가 큼직하고 푸짐하게 들어간 춘장과 손맛이 전통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준다. 이집의 자장면을 먹으면 뭔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은 무언가 빠진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자장면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감탄하는 맛이 바로 이 집의 수타 손 자장면이다. 가격은 5000원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02-19 / 문의 540-8255 한성 10년 넘게 수타면을 선보인 한성. 수타면과 요리가 유명해 단체손님이 점심때부터 끊이지 않는다. 최근 수타의 느낌을 낸다고 일부러 면의 굵기에 변화를 주는 게 유행이지만 한성의 수타면은 기계로 뽑은 듯 일정한 굵기의 예쁜 면을 자랑한다. 허공으로 붕붕 반죽을 돌리면 어느덧 요리사의 손목에는 수십 가닥의 면이 펼쳐지는 진풍경을 구경하면서 식사 할 수 있다. 춘장의 맛이 잘 배인 양파와 부드럽게 익은 감자가 큼직하게 썰어져 씹는 맛이 좋고 구수한 향이 은은하다. 천연 조미료 이외는 사용하지 않아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밍밍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평창동의 오랜 단골손님이 많은데 이곳의 자장면과 요리에 길들여져 있던 부자집 평창동 자제들이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한성부터 들러 자장면부터 먹고 집으로 간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사장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가격은 5000원대.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106-2 / 문의 394-1500 오모리찌개 최근 오모리찌개라는 메뉴가 유행을 타면서 이 메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갓을 쓴 선비가 있는 노란 간판으로 유명한 ‘오모리찌개’는 이 메뉴의 독보적인 원조집으로 오모리라는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를 판매한다. 그런데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수타 자장면이다. 잠실 본점의 경우 1층에는 수타 자장을 팔고 2층에는 오모리찌개를 판매한다. 면을 뽑는 수타장은 거의 기계적 반동으로 꽤 일정한 면을 만들며 윤기가 좌르륵 도는 춘장을 담아 순식간에 완성한다. 달달하고 고소한 자장은 찰진 면과 함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맛이다. 가격은 자장면과 오모리찌개 모두 5000원대. 주소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183-2 / 문의 424-0067 www.omori.co.kr 韓國 소박하고 정갈함이 매력적인 우리의 면은 정성으로 만들어진다는 느낌이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밀대로 넓게 밀어 4번을 접고 식칼로 잘라 면을 만든다. 눈대중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면의 굵기는 조금씩 틀려지고 모양이 정리되지 않아 모양이 거칠다. 하지만 푸짐한 양, 깊은 국물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한국적인 맛을 완성한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진짜 우리 입맛에 맞는 수타국수들은 역사가 오래될수록 더욱 사랑 받는다. 유림면 5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유림면의 메밀국수. ‘맛쟁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맛집이다. 메밀국수의 면은 봉평에서 직접 공수해온 메밀가루를 사용하여 만드는데 반죽할 때 보통 메밀의 양을 10~20% 정도로 넣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유림면은 30% 정도의 메밀가루를 넣기 때문에 면이 부드럽고 넘길 때의 질감이 남다르다. 이런 방법으로 만든 면은 금방 불어버리는 단점이 있지만 부드러운 식감으로 순식간에 두 판을 해치울 정도. 비결은 물론 물과 소금의 절묘한 비율에서 나오며 50년 동안 그 황금비율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메밀국수는 일본에서도 대중적인 음식에 속하는데, 유림면의 메밀국수를 배우려는 일본 요리사들의 발길도 이어질 정도라 하니 이 집의 맛을 무엇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가격은 6000원대. 주소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16번지 / 문의 755-0659 삼성국수 칼국수로 유명한 삼성동 식당이다. 오랜 단골이 많다 보니 손님 중 상당수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물론 한국인의 베스트 메뉴인 칼국수에 남녀노소가 어디 있을까. 젊은 커플의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곳의 칼국수는 면을 직접 만들어 삶기 때문에 그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삐뚤삐뚤 하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모양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푸짐한 양. 오래 끓인 육수의 농후한 느낌이 온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고명은 달걀과 오이, 얇게 다진 고기 전부. 그래서 더욱 담백한 맛을 낸다. 함께 나오는 아삭한 김치는 꽤 많은 양의 칼국수를 국물까지 비우게 하는 고마운 ‘국수 도둑’. 직접 빚은 만두를 사용한 만두국 또한 삼성국수의 별미 중 별미다. 가격은 6000원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1동 77-20 / 문의 3442-1957 日本 면요리를 사랑하는 일본 역시 면을 만드는 그들만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많은 요리를 개발해 왔다. 우동, 라면, 소바 등 면에 관한 요리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일본 우동의 대표적인 지역은 시코쿠의 ‘사누키’라는 곳의 우동이다. 작은 마을에 우동집만 1000여 개가 넘을 정도이며 각자 그 맛이 다르다고 한다. 50년, 100년을 한결같은 맛의 우동은 전통을 지키며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일본 여행자 가운데 일부러 시코쿠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야마다야 우리나라에서 수타로 일본 우동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이용해 만드는 일본식 우동은 반죽 후 며칠의 숙성시간을 거친 후 밀대로 정성스럽게 펴서 칼로 정확하고 일정하게 면을 잘라나간다. 야마다야라는 이름의 우동집은 일본 시코쿠 지방에도 있는데 그곳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워온 사장이 분당에 똑같은 이름의 야마다야를 열었다. 현지의 사누끼 우동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이곳은 언제나 일본 수타 우동의 맛을 맛보고자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탱글탱글한 면발은 후루룩 하기도 전에 미끄러지듯 입안으로 들어올 정도로 탄력이 있다. 그저 깜짝 놀랄 만큼 부드러운 면은 부드러움과 쫄깃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신비의 면발이다. 간장과 육수만으로 맛을 낸 가케 우동은 맑고 깨끗해서 먹기도 쉽다. 서울에서는 먹어보기 힘든 가루붓가케 우동, 자루붓가케 우동 등 다양한 수타 우동을 맛볼 수 있으며, 수타 우동면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구경 할 수 도 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 값은 6000~7000원대. 주소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 226-7 굿모닝 프라자 101호 / 문의 031-713-5242 아이사누키 사누키의 우동집에서 2년에 걸친 연수 끝에 만들어진 아이사누키는 한국 최초로 수타 우동의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하고 있는 1호점이다. 이곳의 면이 촉촉한 이유는 반죽할 때 물의 양을 높이기 때문. 그래서 이 집은 다른 우동집보다 반죽 시간이 길다고 한다. 반죽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 없는 수분이 날아가고 면발도 더 찰지기 때문이다. 수타 공정도 사누키 방식 그대로인데, 반죽을 발로 충분히 밟아 공기를 빼고 24시간의 정도의 숙성과정을 거친 후 밀대로 밀어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유지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카레 우동은 일본인에서는 대중적인 음식. 카레에 우동면을 넣어 함께 먹는 것으로 3종류의 카레를 섞어 만든 진한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냉우동, 붓카케 우동, 자루 우동 등 메뉴도 다양하다. 우동의 가격은 6000원대인데 3000원을 추가하면 오니기리와 튀김이 나오는 세트메뉴가 된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168-1 왕십리민자역사 2층 / 문의 2200-15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