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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청담동 ‘청산’ 일식의 완성은 ‘가이세키 요리’ |
글쓴이: 레이첼 | 날짜: 2009-04-14 |
조회: 30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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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ancamera.co.kr/view.php?category=REgKL1Yq&num=EhhGeBI%3D&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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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래미산쇼구이 | 그 남자의 PLACE를 쓰고 있는 그 남자의 로망이 멋진 요리라면, 멋진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의 로망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요리사가 단지 빠르고 풍성하게 음식을 만드는 역할을 넘어 이제 분명한 예술적 취향을 가진 장인으로 대우받는 요즘, 그런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가이세키’ 요리집 ‘청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요리사의 로망이요? 적어도 일식 요리사라면 ‘가이세키’ 요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박범순 ‘청산’ 요리실장의 말이다. 장안에 수없이 많은 일식집의 99%는 사시미와 초밥집. 그래서 우리는 그 두 가지가 일식의 전부이며 완성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누가 뭐라 해도 일식의 완성은 ‘가이세키’ 요리이며 일식 요리사의 로망은 바로 거기에 있다는 말이다.
‘가이세키’란 주로 관혼상제에 쓰는 정찬요리를 말하는 것이지만 원래는 스님들이 차를 한 잔 마시기 전에 공복을 채우는 요리였다고 한다. 간소하게, 속을 쓸어내리는 차를 마시기 전에 먹으면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 이 요리가 주연을 위한 요리가 된 것은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였으며 계절과 음양 그리고 건강을 고려하는 약선 음식으로 디자인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한다.
흔히 일본 음식을 맛보는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가장 먼저 ‘첫맛’, 그리고 ‘순맛’, 마지막으로 ‘아쉬운 맛’이 그것이다. 음식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때 첫맛이 주는 느낌부터 일식의 맛이 시작되고, 이어서 음식이 잘 숙성되었는지 가늠하는 순맛을 느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무언가 미진하고 모자란 듯, 아쉬운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아쉬운 맛은 사실 한국 사람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것은 음식을 양적으로 푸짐하게 먹어야 하는 우리의 정서 때문이며 짜든, 맵든, 달든, 간이 분명(?)하게 되어 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일본에서 가장 선호하는 ‘가이세키’ 요리의 염도는 0.4~0.5% 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 입맛엔 영 심심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는 0.6%의 염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범순 실장은 일본에서의 요리 콘셉트가 염도는 낮추고 삭힌 맛을 추구하는 소염다혜로 바뀐 지 오래이며 일본에서도 고급 요리집일수록 염도를 자꾸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란다. 제대로 전문가를 만났다 싶어, 내친김에 선어와 활어 중 어떤 생선이 사시미에 좋은지도 물어보았더니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싱싱한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생선을 우리가 어떤 자세로 대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펄펄 뛰는 생선을 아스팔트 위에 패대기치고 수족관에 넣어 스트레스를 잔뜩 받게 해서 잡았을 때, 비록 활어는 아니더라도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을 다해 운송하고 가장 적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잡았을 때, 어느 편이 맛이 좋을지는 분명합니다. 게다가 가장 입맛에 맞는 사시미는 12시간 정도의 숙성시간이 필요합니다.”
요리사가 단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가적 감성을 가질 때, 비로소 환상적인 음식을 손님들이 맛볼 수 있다고 믿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35년 일식 요리사로서 로망을 완성한 ‘청산’과 박범순 실장의 작품이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는 굳이 보태지 않아도 알아서들 상상할 것이라 믿는다.
요리가 아니라 예술을 먹으러 가고 싶은 분이라면 일간 방문하길 권한다. ‘뱅어와 봄나물 난황’의 향내가 요리집 입구까지 가득한 요즘이다.
청산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2-10 남강빌딩 지하1층 문의 02-3442-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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