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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미나리 삼겹살'

글쓴이: 허브  |  날짜: 2009-04-13 조회: 3303
http://cook.ancamera.co.kr/view.php?category=REgKL1Yq&num=EhhGdxQ%3D&page=55   복사




청도
◇ '미나리 삼겹살'
 요즘 시장기가 돌면 은근히 떠오르는 음식이 하나 생겼다. 얼마 전 맛 본 '미나리 삼겹살'이다.

 상큼 아삭한 미나리와 삼겹살의 조화. 정말 꿀맛 같았다. 여러 별미 취재를 다녀 봤지만 이처럼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음식도 드물다.

 '중독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은근한 끌림이 발효음식 이상이다.

 처음 미나리와 삼겹살의 조합을 떠 올렸을 때 그저 그런 수준으로 여겼다. 하지만 막상 한 입 싸먹으니 '이런 맛도 있구나' 싶을 만큼 신선했다.

 물론 '시장이 반찬'이기도 했다. 경북 청도하면 서울서 간단치 않은 거리인데다 취재를 마친 후의 늦은 점심이라 배가 고팠던 터였다.

 하지만 허기가 미각을 완전 충족시켜 줄 수는 없는 법이다. 혼자 맛본 게 아쉬워 미나리를 구해 집에서도 구워 먹어 봤다. 처음 대한 그 맛이었다.

 '미나리 삼겹살'. 상추와는 또 다른 풍미를 안겨주는 별미이다. 흔히 상추와 곁들이는 삼겹살은 본연의 맛 이상으로 상추, 마늘 등 부재료의 뒷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한마디로 돼지고기구이의 고소한 맛이 반감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나리 삼겹살은 달랐다. 자칫 미나리 특유의 향이 삼겹살의 맛을 압도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미나리의 풍미 따로, 삼겹살의 미각 또한 함께 살아 있는 오묘한 조합이다.

 개운한 뒤끝. 삼겹살을 먹었다는 느끼함 보다는 입안 가득 은은하게 풍기는 미나리향이 마늘냄새 조차도 압도한다.

 아삭한 게 질기지도 않다. 과연 유명세를 타는 이유인듯 싶다.

 이즈음 경북 청도군 한재마을을 찾으면 봄철 별미 미나리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 한재마을은 전국의 대표적 미나리 주산지로 '한재미나리'는 고급 미나리 브랜드의 대명사격으로 통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 1, 2리, 음지리, 상동리 등이다. 마을 뒤에 큰 재가 있어 '한재'라는 명칭을 얻었다. 무슨 '북한 평양' 생각부터 불쑥 들게 해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지명이다. 한재 일원은 미나리 주산지만 아니었더라면 영락없는 벽촌이다. 하지만 평일에도 차량이며, 사람들이 줄지어 찾을 만큼 마을은 활기차다. 특히 1월부터 5월까지가 미나리 제철로 봄철 주말이면 차량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재마을 화악산(931.5m) 자락 계곡 따라 길게 이어진 다랭이 논과밭은 온통 1500여 동의 하얀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있다. 130여 농가 60만㎡ 하우스에서 쏟아내는 봄미나리는 하루 평균 10여 톤. 하지만 워낙 인기가 좋아 공급이 태부족이다.

 한재마을에서 미니리삼겹살 명소로는 '굽은 소나무와 오리 도둑'이라는, 제법 멋을 한껏 부린 이름의 식당이 맛집으로 통한다.

 물론 한재마을 각 비닐하우스에서도 미나리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 단 비닐하우스는 정식 식당 허가를 받은 게 아니어서 미나리만 공급될 뿐 고기 등은 손님이 구해 와야 한다. 반면 이 집은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게 운영된다.

 맛집은 평양리의 초입, 전망 좋은 양지에 자리하고 있다. 가정집처럼 잘 가꾼 마당이 있어 한결 여유롭다. 툭 트인 창이 있는 방을 여럿 마련하고 마당에는 파라솔을 들여 야외 식사 분위도 한껏 느낄 수 있게 했다. 상에 올리는 미나리 역시 이웃들이 생산한 싱싱한 한재미나리. 직접 미나리를 재배해 삼겹살 장사를 해봤지만 쉽지 않아 재배는 포기했다. 고기는 국산 돼지고기로 대구 단골집에서 가져온다. 직접 담근 된장에 푸성귀는 근동에서 재배한 것을 가져다 쓰는데, 특히 삼겹살에 얹어 먹는 마늘이 눈에 띈다. 앙증맞은 크기의 토종 마늘. 통째로 먹어도 부담 없는 사이즈로 자연식의 느낌을 더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이 집의 주인 박무웅씨(66)는 자칭 '청년'이다. 11년째 장사를 하며 워낙 싱싱한 미나리를 많이 먹어 건강도 되찾고 또래보다 훨씬 강건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여년 전 대구에서 이곳으로 건너왔다는 박씨는 "미나리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한다.

 "미나리 먹고서는 병원 한 번 안 가봤심더. 생미나리를 묵어보이 혈액순환에 간기능도 좋아지고 오장육부까지 싱싱해진 기 아주 좋심니더. 저 보다 젊은 손님들이 가끔 착각을 해 가 '자네 올해 몇인가?'하고 묻기도 한다 아입니꺼(웃음)."

 박씨는 그간 미나리와 오리고기, 돼지고기수육, 삼겹살 등을 매치시켜 봤다. 그 결과 삼겹살과의 궁합이 곧잘 맞았다.

 "손님들 입맛은 속일 수 없다 아입니꺼. 미나리하고 삼겹살을 가장 마이 찾심니더."

 삼겹살을 구워 먹고는 생미나리비빔밥으로 마무리 한다. 밥과 미나리, 고추장에 된장찌개 몇 숟가락을 넣고 비벼, 신 김치 한 가닥 얹어 먹는 맛이 아삭하고도 포만감을 들게 한다.

 생미나리 한 접시 7000원, 삼겹살 6000원(160g), 생미나리비빔밥 5000원, 미나리전 5000원, 오리로스 2만5000원, 촌닭 3만원, 두부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주말 예약 필수. 150석. (054)371-5289

 ◇네비게이션 입력=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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