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요리상식

소울메이트, 와인을 말하다

‘이 포도 품종은 나랑 좀 안 맞는 것 같아’ 하는 대략적인 기준만 세우고도 몇 년간 꾸준히 와인을 접하다 보니 그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와인을 즐긴다면, 혹은 이제는 와인과 친 해지고 싶다면 틈틈이 새로운 와인을 접해보길 권한다. ‘이름 모를 와인 중 내 입맛에 꼭 맞는 것이 1~2개쯤 숨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와인 마니아인 나에게는 코르크 마 개를 따면서 ‘병 안에 든 와인은 과연 어떤 맛일까?’ 하고 추측할 때가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이다.

사실 와인 이야기는 짧은 ‘고메 에세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품종부터 생산지, 스타일까지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터이니, 이제 와인에 입문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쉽 고 간단한 ‘와인 즐기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할까 한다.
와인은 크게 분류하자면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스파클링 와인, 포트나 셰리처럼 알코올 도수와 단맛을 강화한 와인, 그리고 정말 달고 맛있는 디저트 와인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은 식사에 와인을 곁들이므로 각각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와인 초보자라도 들어보았을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와인, 고기 요리 에는 레드와인’이 정답이기 때문. 처음에는 나 또한 ‘정말일까?’ 하는 의심을 품었는데, 제 대로 와인을 공부하다 보니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와인은 종류에 따라 강한 맛과 약한 맛으로 나뉘는데, 약한 맛의 음식에는 약한 와인을 곁들여야 둘 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보통 피 맛을 간직하고 있는 육류는 생선보다 맛이 강렬하고 곁들이는 소스 또한 진하므로 레 드와인을 곁들여야 한다. 약한 와인은 강한 음식 맛에 가려지기 때문인데, 동일한 이유로 소스 가 너무 진한 음식을 먹을 때는 질 좋은 와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단, 예외가 되는 포도 품종 이 있는데 레드와인 중 ‘피노누아’는 매우 섬세한 딸기의 향과 맛을 지녀 생선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반면, 화이트와인 중 제일 강한 ‘샤토네이’는 약하게 조리된(증기로 찌거나, 소스 맛이 약한) 일부 육류 음식과도 궁합이 맞는다.

탄산 성분이 녹아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톡 쏘는 맛 때문에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그리고 육류와 생선 2가지 요리에 모두 어울리므로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고민될 때 선택하면 무난 하다. 유명한 ‘샴페인’은 바로 이 스파클링 와인에 속하는 술로, 프랑스의 샴페인 지역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만 그 이름으로 불릴 자격을 얻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미국인들 또한 특 별한 날 샴페인을 마시는데, 재미있는 것은 조심스레 코르크 마개를 따서 안에 있는 맛있는 거 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식 주말 브런치에 자주 등장하는 ‘블리니’와 ‘ 미모사’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든 대표적인 음료로, 복숭아나 오렌지 등의 과일 퓌레에 스파 클링 와인을 섞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1.화이트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2.다양한 용도의 와인잔


근사한 식사에는 역시 맛있고 달콤한 디저트가 따라 나오는데, 그것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이 바로 ‘디저트 와인’이다. 특히 추운 캐나다 북부 지역에서 만드는 ‘아이스 와인’은 길고 좁은 디자인의 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검은 병 안의 와인은 진하고 달아 마치 시럽을 마시 는 듯한 착각도 들게 한다. 알코올 도수는 그리 높지 않지만 걸쭉할 정도로 진해 나 또한 처음 에는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와인은 다른 몇몇 훌륭한 발명들처럼 ‘우연한 계기’로 만들 어졌다. 캐나다의 한 농부가 포도 수확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포도송이들이 꽁꽁 얼어버렸고, 버리기가 아까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맛있는 와인이 만들어 져 본격적으로 ‘아이스 와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포도가 얼 때 안의 수분이 급격히 빠져나가 당분이 더욱 진하게 농축되어 진하고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숨은 원리이다 . 인공적으로 설탕을 가미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 때문에, 같은 양을 만들기 위해 몇 배의 포도를 더 사용해야 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와인은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 만 식사와 함께 즐기다 보면 음식 맛이 고통스럽게 달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사람에게도 자기에게 맞는 ‘소울 메이트’가 있는 것처럼 음식과 와인에도 서로를 보완해주는 짝이 있으니, 이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의 짝꿍 와인을 찾아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