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KBS의 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일부 상인들이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내용을 방송하자 상인 단체가 "왜곡·과장된 방송으로 대다수 선량한 업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전남 영광군과 영광굴비특품사업단의 설명에 따르면 ''진상''은 이렇다.
현재 영광 지역 굴비 가공 업체 500여 곳 가운데 430여 곳은 굴비의 주 산지인 법성포에 있고 법성포에 있는 업체 대부분은 특품사업단 소속이다.
법성포에 있는 업체에서 굴비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참조기 가운데에는 중국산이 일부 섞여 있다. 크기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인 굴비의 특성상 국내산만으로는 다양한 주문량을 소화할 수 없는 데다 수입 업자들이 영세 업체들에 현금거래 대신 외상으로 중국산 조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특품사업단은 법성포에서 팔려나가는 굴비의 10%가량이 중국에서 들여 온 수입 냉동 조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산 조기는 ''싸구려 불량''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국산 조기와 구별하는 데 전문가들도 애를 먹을 정도로 품질과 신선도 면에서 엇비슷하다고 한다. 업자들 사이에선 ''우리 배가 잡으면 국내산, 중국 배가 잡으면 중국산''이라고 할 정도다.
영광군 관계자는 "참조기는 영광 앞바다가 아니라 서해 공해상이나 남중국해에서 잡히는 만큼 중국산과 국내산을 나누는 건 무의미해진 지 오래"라며 "결국 관건은 법성포가 갖춘 천혜의 환경 조건에서 천일염으로 염장하고 말리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광에서 가공된 중국산 조기들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바꾸거나 원산지 표시 없이 시중에 유통되곤 한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 있는 업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서울경찰청에, 지난해 말에는 전남경찰청에 각각 수산물품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바 있다.
특품사업단은 이 같은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영광 굴비''의 명성에 금이 가자 법성포 굴비만 따로 떼어 내 ''영광 법성포 굴비''라는 상표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경기 침체로 1년에 설과 추석 두 차례 있는 명절 대목의 선물용 굴비 판매가 예년보다 급감한 마당에 이번 KBS의 방송 내용을 두고 업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방송에서 ''중국산 조기에 방부제를 넣기도 한다더라''는 인터뷰 내용을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내보내 시중에 유통되는 굴비 전체에 대한 의심을 부추겼다고 업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오진근 특품사업단장은 "방송에 나온 ''비양심'' 업체들은 모두 법성포가 아니라 영광읍에 있는 곳으로 파악됐는데 법성포에 있는 대다수 업체가 한꺼번에 매도됐다"며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굴비 포장·유통 개선안을 하루빨리 도입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